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전통 궁중무용가 민지영씨가 공연·행사 기획자로 변신했다. 궁중무용을 바탕으로 테마가 있는 워십댄스(worship dance), 스토리가 있는 무용 안무로 관객들에게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던 무용가가 기획자로 변신한데는 그동안 그녀가 쌓아 온 경력과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권유가 한몫 했다.
열정과 남다른 추진력으로 15년 동안 공연활동을 계속해 온 민지영단장(이하 민단장)은 오늘을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 온 인물이다. 무용가로서 그녀가 걸어 온 길 또한 평범하지 않다. 대부분의 무용가들이 무용단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반면 무용가로서 그녀의 인생은 결혼 후 첫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폐아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개인적인 고통이 포기했던 무용을 다시 시작하게 했고 지금은 예술단 단장과 기획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기독교 신자였던 민당장은 첫 아이가 자폐아라는 진단을 받고 신을 원망했다. 원망은 몸을 지치게 했고 급기야 건강을 무너트렸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신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삶이 바뀌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살려 선교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녀 특유의 적극적인 성격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했다. 5년 동안 선교단체에 소속되어 기독교인들을 위한 무용공연을 해오다 독립해서 ‘민지영 예술단(전, 빛사위 예술단)’을 창단했다. ‘민지영 예술단’의 공연은 ‘워십(경배하다, 절하다의 뜻을 지님)댄스’ 궁중무용인 ‘정재무’를 중심으로 단순한 무용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닌 주제를 담아 이야기가 있는 안무를 통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민지영 예술단’의 활동은 선교 목적의 공연에서 봉사활동의 공연으로 확대됐다. 그 시작이 은평천사원이다. 은평천사원은 고아를 비롯해 버려진 장애아, 1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낸 후 출감했지만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 가족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는 곳이다. 그곳에 있는 장애아들에게 최상의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오감만족’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수박, 음료, 아이들 한명 한명을 위한 꽃까지 준비해 그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한 공연을 펼쳤다. 공연을 본 아이들은 아름다운 춤에 빠져 감탄하고 자신의 손에 쥐어진 꽃송이를 보며 감동했다. 그 후 은평천사원에서의 공연은 해마다 이뤄졌다. 이후 노인복지시설인 분당 은학의집, 정신지체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다니엘학교, 다일공동체 등을 찾아가 무료공연을 펼쳤다. 민단장은 가장 순수한 영혼의 눈으로 공연을 보고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주는 그들을 위해 무대에 선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공연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사비를 털어 충당하면서도 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선교를 위한 공연이 봉사를 위한 공연으로 이어지고 ‘민지영 예술단’을 찾는 곳이 늘어났다. 민단장은 자신의 공연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꺼이 달려가 공연을 했다. 민, 관의 행사 및 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에 초청되어 공연을 해왔다. 매 공연마다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 직접 챙겨가며 더 나은 공연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이 좋으면 예산이 초과 되더라도 본인의 출연료를 반납하면서까지 진행하는 추진력을 보였다. 화려한 무대와 조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가서 기꺼이 공연을 하는 것이 민단장의 소신이다. 민단장에겐 무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연을 보는 관객이 더 중요하다. 그런 마음으로 공연을 하다 보니 민단장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공연을 돈이 아닌 인정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공연 때마다 내일처럼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2007년 미스코리아 출신 조은주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어떤 행사에서 만나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지금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관계가 되었다. 민단장은 말한다. 봉사라는 것이 돈 벌고 나서 해야지 맘먹는다고 그때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건 아니라고. 지금 내가 처한 환경에서 조금 나눠준다는 생각으로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돈이 아니면 어떤가. 몸으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봉사 아니던가. 민단장의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이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알게 된 수많은 인연 한명 한명이 소중하고 귀한 재산이다.
이제 그녀는 또 다른 타이틀을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공연을 해오면서 얻은 경험과 열정이 그녀를 유혹하고 있다. 2009년 기획사를 창립하고 대표가 되었다. 새로운 일에 거침없는 도전장을 내민 민단장은 말한다. “어제는 역사고 오늘은 선물이며 내일은 미스터리라는데 신이 주신 선물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사람들은 그녀가 대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안 해서 그럴 뿐이고, 그 일을 내가 하니까 그렇게 보는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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