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그녀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
금속하면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차세대 금속공예가 김은진씨는 금속이 갖는 속성과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리고 금속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일상생활로 끌어 들인 금속 공예가이다. 금속의 차가움을 탈피하려고 금속을 포인트로 하면서 아크릴을 접목 시켜 작업하는 특징을 보여 준다. 최근 여성 금속 공예가들이 여성의 섬세함을 살려 장신구 작업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는데 김은진씨는 장신구보다 남성 금속 공예가들이 주로 작업하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분야를 선택했다. 철, 적동, 황동, 스텐리스, 금, 은 등을 재료로 작업하다 보니 재료를 재단하고 용접하는 일은 여성의 몸으로 혼자 하기 버거운 작업이었다. 그러다보니 재료를 재단하는 일은 동료들과 품앗이로 도와가며 작업하는 요령도 생겼다. 최근 인사동 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통해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를 시도한 김은진씨로부터 공예가로써 어제와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 털털하고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 vs 아름답고 화사함을 추구하는 공예가
인사동 카페에서 만난 김은진씨는 화사하고 새침때기 같은 이미지를 풍겼다. 화사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에선 털털하고 급한 성격이 엿보였다. 인터뷰 약속을 하고 처음 만났는데 붙임성 있게 말은 건네는 모습이 영락없는 말괄량이 모습이었다. 대답도 시원시원하게 하고 무엇보다 꾸미지 않은 솔직함이 그녀를 당당해 보이게 했다. 예술을 한답시고 작가주의 운운하며 거드름 피우고 교만을 교양으로 포장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보통의 예술가들과 많이 달랐다. 타인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출까 신경 써가며 계산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과 달리 공예가 김은진씨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대중과 소통하기를 원했다. 그런 털털한 성격과 달리 그녀는 의외로 아름답고 화사한 작품을 추구했다.
#. 교수의 꿈 접고 공예가 길을 선택하다.
그녀의 꿈은 교수였다. 금속공예를 전공하면서 교수를 꿈꾸었고 그랬기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결과도 좋았다. 그러나 교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실력과 인맥, 재력까지 겸비해야 교수라는 타이틀을 겨우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현실이었다.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생각했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부와 명예도 얻고 싶은 것이 그녀의 욕심이었다. 어쩌면 교수라는 타이틀보다 더 얻기 힘들지 몰라도 공예가로써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동시에 부도 함께 얻고 싶은 욕심이 꿈틀거렸다. 원래 가구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그렇게금속 공예가로써의 길을 선택했다.
#. 작품속으로 GO GO!
가구의 주재료는 목재이다. 의자, 테이블, 협탁, 책상 등도 대부분 목재와 가죽, 천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차세대를 책임질 젊은 공예가 김은진씨는 워낙 인테리어와 가구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가구류를 자세히 살펴보면 목재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금속이 함께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구를 금속으로 만든다고 하면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을 먼저 떠올리고 가구로 사용하기엔 위험하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녀는 금속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그녀는 금속에 자신의 취향을 덧입히고자 했다. 왜 꼭 금속은 차가운 이미지를 그대로 지녀야 할까? 금속으로 만든 작품이 예쁘고 아름답다면...
고민하던 그녀에게 따뜻하고 화사한 색채를 금속에 입혀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해 바닷가에서’란 주제의 작품들은 그녀의 아름답고 예쁜 것을 추구하는 취향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졌다. 의자에 밝고 화사한 색채의 머스타드 색과 레몬빛 색을 입히고 빨간 동백꽃의 색을 내기 위해 페인팅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해가며 자연 그대로의 동백꽃 색깔과 가장 흡사한 색을 찾아냈다. 그렇게 색을 중요시한 그녀는 화사하고 밝은 색채를 금속에 입혀 화려한 장식의 효과와 더불어 실생활에 사용이 가능한 가구를 만들어 냈다. 그녀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금속으로 만든 작품이 맞냐고 의문을 갖기도 한다. 누가 봐도 예쁜 작품, 누가 봐도 아름다운 작품,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금속 공예가인 그녀의 색깔이고 김은진 스타일이다.
#. 작가보다 디자이너로 불리고 싶은 공예가
그녀는 공예가로써 디자이너에 가까운 작가로 불려지고 싶다.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이 찾는 공예가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 잘 팔리는 작품을 만들고 더 많은 대중이 그녀 작품을 소유하고 사용하길 바란다.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가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고 서서히 알려지면서 제품의 퀄리티와 가격을 높여가며 소비자를 흡수한 것처럼 그녀도 대중이 구입하기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적정한 가격대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더 많은 대중이 그녀의 작품을 소유하고 실생활에서 사용하길 원한다. 피카소가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은 것처럼 그녀도 부와 명예를 함께 얻고 싶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예술 하는 사람이 돈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다. 어느 정도 부도 따라줘야 하고 싶은 작품도 할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 그녀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하고 마케팅 분야도 공부를 할 작정이다. 작품만 만드는 작가가 아닌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멀티플레이어를 꿈꾼다.
금속공예는 노동력이 따르는 작업이다. 용접을 하다보면 뜨거운 불을 다뤄야하고 특히 여름에 하는 작업은 고역이다. 돈피로 된 앞치마와 장갑, 마스크, 썬크림은 필수다. 작업을 마치고 샤워를 할 때면 녹물이 뚝뚝 떨어지고 피부 트러블도 심하다. 그래도 좋다. 장마철에는 철이 부식이 잘 되고 녹이 자연스런 갈색을 내다보니 장마철 작업은 또 다른 작업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금속을 다루다보니 힘도 세지고 와일드해졌다는 금속공예가 김은진씨. 그녀의 내일을 향한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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