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태균 기자] 국립생물자원관(관장 김종천)은 강원도 화천 풍혈 및 정선 풍혈 등 최근 새롭게 알려진 5개 풍혈지에 대한 식물상 조사에서 참골담초, 개병풍, 애기가물고사리 등 다수의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음을 새로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풍혈지(風穴地)는 여름철에 너덜지대(전석지, 轉石地) 사면의 암괴 틈에서 찬 공기가 스며 나오고 결빙현상을 보이는 등의 국소적 저온환경을 형성하는 지역을 말하는 것으로 ‘얼음골’ 또는 ‘하계동결현상지’라고도 불리운다.
그간 풍혈지에 대해서는 기후 및 지형학적 연구가 있었으나, 식물상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5년에 국내 풍혈지에 대한 식물상 조사는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7개 풍혈지(밀양 얼음골, 진안 풍혈·냉천, 의성 빙혈 등)를 대상으로 시작됐으며 ‘뚝지치’, ‘한들고사리’ 등의 희귀식물이 우리나라(남한)에 분포하고 있음을 최초로 밝특히 홍천의 얼음골 조사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설악산 능선부에만 소수개체가 남아 있는 ‘월귤’이 대규모로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번 조사는 최근 새로이 풍혈지로 알려진 화천 풍혈, 정선 풍혈 등 5개 풍혈지 대상으로 올 상반기부터 추진 중에 있다.
한반도 고유종인 ‘참골담초’, ‘산개나리’, ‘자병취’와 함께 ‘흰인가목’, ‘꼬리까치밥나무’, ‘북분취’, ‘큰제비고깔’ 등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다양한 북방계 희귀식물들도 함께 발견됐다.
참골담초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강원도 삼척, 정선 등의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희귀식물이며, 골담초에 비해 작은잎 수가 많고 가시가 적게 발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흰인가목은 국내에서는 설악산 및 발왕산에서만 자생지가 확인된 북방계 희귀식물이며, 경기도 지역의 자생지는 금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밝혀진 것. 또한 정선에서 발견된 풍혈지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에 해당하는 ‘개병풍’의 새로운 군락지를 확인했다.
특히 국내 자생지가 1~2곳에 불과한 애기가물고사리, 공작고사리, 토끼고사리, 개석송, 두메고사리 등 다수의 북방계 희귀 양치식물의 새로운 국내 분포지를 찾아냈다.
금번 조사에서 밝혀진 대로 풍혈지에서 북방계 희귀식물들이 다수 생육하는 것은 빙하기에 남하했던 북방계 식물들의 최후 빙하기 이후 이주과정에서 저온환경을 형성하는 풍혈지가 피난처로서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러한 풍혈지에 생육하는 식물들은 멸종위기에 직면한 식물종들의 유전적다양성 감소 경향을 확인 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으며, 최후 빙하기의 기후 환경 및 식생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결정적 증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국내 풍혈지에 대한 생물학적 조사 및 소집단으로 격리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종들에 대한 유전적다양성 등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증식, 복원 등 풍혈지 식물에 대한 합리적인 현지내·외 보전대책을 수립,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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