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한국화가 진분홍은 ‘스페이스 선+’ 2010 신진작가 공모전에서 요즘은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방식의 화법을 구사한 작품으로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으며 선정됐다. 심사위원장 정준모교수(미술평론가)는 진분홍 작가의 작품에 대해 전통에 메여있기보다 새로운 환경과 자연을 금니기법(민어고기부레풀을 써서 금가루를 개어 채색하는 그림으로 주로 불화에서 많이 그려져 온 화법)으로 완숙하게 구사한다고 평했다.
작가가 구사한 금니기법은 전통적인 미술표현 중 하나로 과거에는 감지금니화라고 하는 고려불화의 사경도(寫經圖)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표현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감지대신 한지에 먹을 입힌 검정색을 바탕으로 점차 공간적인 깊이 감을 주기 위해 전면에 먹을 칠한 후 먹의 농도를 단계별로 여러 번 덧칠하고 금니로 풍경을 그려 넣어 채색을 해 입체적인 깊이 감을 표현 했다. 또한 풍경에 상징물을 그려 넣어 풍경의 소재가 되는 장소를 나타내줌으로써 작품에 현재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전통을 잇되 현재를 소재로 한 그림은 그동안 단절 되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전통적인 금니기법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켜 신선한 작품세계를 보여 준다.
신진화가 진분홍의 작품은 미술계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인기를 얻으며 주목 받고 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미술을 해왔고 입시학원에서 동양화를 접하면서 먹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 한국화를 전공하게 됐다. 대학(동국대 한국화 전공)에서 한국미술사, 역사, 불교미술에 대해 배우면서 전통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불교미술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연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금니화 기법을 사용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금니화 기법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방법과 미학을 선보이며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작가 진분홍에게 그녀의 작품 세계와 현재에 대해 들어봤다.
Q. 화가가 된 계기가 있다면
A. 대학에 다니면서 주말에는 미술관에서 지킴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 졸업하고 환기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입사하게 됐다. 2년간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미술교육대학원도 다니고 동기와 함께 사용하는 작업실에서 그림도 꾸준히 그려왔었다.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작가들 전시를 도와주면서 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일도 하고 그림도 놓지를 못하고 그러던 중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보자 결심하게 됐다.
Q. 전시회를 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A. 같이 작업실을 쓰던 친구가 공모에 당선 됐는데 혼자 하기는 벅차다고 2인전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왔다. 어떨 결에 2인전을 하게 됐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보여줬다. 그러다 2009년에 아시아프 작가전에 참여하게 되고 그 후 여러 곳에서 관심을 갖고 연락이 와서 전시회를 많이 하게 됐다.
Q. 어떤 작품을 그려왔나
A. 작은 작품을 그리다가 전시공간이 큰 미술관에 걸만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깊이감있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대학에서 불교미술과 수업도 들었었고 불교미술에 대해 익숙하고 편하다 보니 어느 순간 불교미술 화풍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이것을 이용해서 좀 더 발전시켜보자 생각하고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지금의 그림을 그리게 됐다.
Q. 금리기법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A. 다른 화가들도 금니기법을 이용해 그리기도 하는데 주로 황진이나 산수화 같은 풍경을 그린다. 기존에 봐왔던 동양화속의 풍경이어서 굳이 전통기법으로 그린다고 옛것을 그대로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전통 기법이지만 풍경은 현대 풍경을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래서 전통 기법을 활용해 현대 풍경을 담게 된 것이다.
Q. 스페이스 선+ 신진작가 공모에 당선되어 전시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어떤가.
A. 스페이스 선+에서 전시하면서 정준모선생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선생님께서 내 작품에 대해 “현대 풍경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막연한 풍경을 그리지 말고 사람들이 보면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도록 그런 풍경을 그려보는 건 어떻겠냐”며 구체적으로 조언해주셨다. 그렇게 해서 전시작품을 준비하면서 상징물을 넣어 현재성을 살리게 됐다.
Q. 신진작가전 이후 변화가 있다면
A. 계속 발전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개인전을 하면서 정준모선생님이랑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안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시회를 하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어느 날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정형화된 그림이라고 할까. 그림에 대해 공부도 더 많이 하고 고민해서 발전을 시켜야 된다는 말씀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이제 안주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Q. 요즘엔 어떻게 지내고 있나.
A. 공모전 준비도 하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알아보고 있다. 작가로 계속 활동하려면 조급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멀리보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Q.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A.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유명해지고 싶다. 박사쪽으로 공부도 더 할 생각이고 강의도 하고 싶다.
한국화가 진분홍은 욕심이 많은 만큼 야무지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전통을 사랑하고 전통에 대한 가치를 알고 있으며 그것을 활용해 현대에 맞게 재해석할 줄 아는 작가이다. 그녀는 말한다. “원래 복고풍은 또 돌아오고 사람들은 향수에 젖는다.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창작이 많은데 고전은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것 같다. 고전을 활용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 내 방식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그림에 ‘복고風경’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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