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유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거리를 걷다보면 비슷한 스타일의 차림새를 한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류, 가방, 신발 등 유행하는 스타일의 제품 한 두 점씩은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백화점 의류 매장을 둘러보면 브랜드마다 진열된 상품의 차별성을 별로 느낄 수 없다. 어느 브랜드 매장에 가도 유행하는 스타일의 제품은 빠짐없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소재나 디테일한 부분이 약간씩 다른 것 빼고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일부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찾아 부지런히 발품을 팔기도 한다. 무엇보다 패션 피플, 트렌드세터(trendsetter) 등 패션을 알고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틀에 갇힌 브랜드보다 새로운 감각의 개성 있는 전문 디자이너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패션 피플, 트렌드세터가 아니어도 나만의 개성을 살려 스타일을 가꿔보고 싶다면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보다 저렴하면서 좋은 소재와 품질로 패션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 여성복 Be 런칭한 듀오 디자이너 박보현&황은지
디자이너 박보현과 황은지는 (주)아비스타 패션정보실에서 함께 근무하며 뜻이 맞아 퇴사 후 함께 여성복 Be 를 런칭했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트랜드를 파악해서 브랜드에 적합한 것을 제시 해주고 기획하는 일을 하다 보니 독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들은 패션정보실에서 브랜드 Identity를 잡는 아이템부터 실질적으로 잘 팔리는 아이템 구성과 트렌드를 반영하는 일을 배웠다. 그러다보니 디자인실과는 다르게 총괄적인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겨 브랜드를 런칭 하는데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었다.
황은지는 원래 패션 사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언젠가는 자기 브랜드를 갖고 싶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면서 동갑내기로 서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나눴던 박보현은 황은지의 평소 생각을 잘 알고 있던 차에 친구가 직접 매장을 오픈해 운영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어 황은지와 함께 퇴사 하고 2009년 9월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들은 브랜드를 런칭하고 입점할 곳을 찾던 차에 동대문에 위치한 두타에서 신진 디자이너 육성을 위한 지원 사업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매장을 임대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지원했다. 포트폴리오를 제시하자 두타에서 검토하고 흔쾌히 입점을 허락했다.
두타에 입점한 후에는 신진 디자이너 중심의 편집샵인 A-LAND에서 컨텍이 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2009년 10월 편집샵 A-LAND에 입점하고, A-LAND 입점은 해외 바이어들과 연결되는 통로가 돼 주었다. 지금은 지방의 편집샵과 일본, 중국과 싱가폴의 편집샵까지 진출해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둘이라서 더 좋아
과거에는 사업을 할 때 동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는 동업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끌어간다. 서로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협업을 통해 보다 큰 성과를 얻어낼 줄도 알고 자기 고집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을 위해 한 발 물러설 줄도 안다.
이들은 모든 걸 분업이 아닌 함께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제품 구성에서부터 디자인, 칼라, 생산 물량은 물론 매장관리와 운영까지 모든 부분을 함께 의논하고 결정, 진행한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도 충분히 의논하고 결정하다보니 그만큼 부담을 덜 갖게 된다.
◎ 입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디자인하다
그들은 여성복 Be의 컨셉을 자연스럽고 모던하면서 페미닌한 감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적으로 30대에 접어든 그들이 입고 싶고 좋아하는 스타일로 가기로 정했다. 이미 직장생활을 하면서 두 사람의 감성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컨셉을 잡는데 이견은 없었다.
Be는 기본 베이직 스타일에 약간의 디테일 변형을 준 뉴베이직 스타일과 스페셜 라인을 통한 럭셔리하고 엣지 있는 스타일을 제안한다. 칼라도 전반적으로 소프트하고 차분한 칼라 무드를 가져가고 브라운과 그레이, 블랙으로 묵직하게 눌러주는 Be만의 컬러를 보여준다. 주 타겟층은 20대 중후반이지만 최근에는 30대 중후반까지 Be를 찾는다.
◎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독립하다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는 국내 패션산업의 미래를 밝혀 줄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 예비창업자, 창업 5년 이내의 신진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창작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창작스튜디오는 공동 작업실, 세미나실, 창작실, 휴게실, 포토 스튜디오와 판로 지원을 위한 각종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한다.
마침 Be의 두 디자이너는 2009년 12월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게 되어 사업을 전개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창작스튜디오 입주기간이 1회 6개월로 2회까지 연장이 가능해 18개월까지 입주해 활동 할 수 있다.
박보현과 황은지는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입주기간 만료를 앞두고 동대문 근처에 사무실을 얻어 또 한 번 독립을 한다. 규모가 조금씩 커지다보니 두 사람이 많은 일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어서 얼마 전에는 직원을 한 명 채용했다. 이젠 블로그 활동이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어 그나마 여유가 생겼다.
◎ Be가 꿈꾸는 내일
몇 해 전부터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편집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백화점에도 편집샵 입점이 늘고 있다. 이런 편집샵은 신진 디자이너들에겐 브랜드를 런칭하고 소량의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열어줘 그들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박보현과 황은지가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편집샵이라는 유통망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해외 전시에 될수록 많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제 매장이 잘 되고 규모가 더 커지면 로드샵을 내고 싶다. 로드샵을 내서 Be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급화 할 계획이다. 이들에게 미래는 밝다. 안정된 직장을 뒤로 하고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이들의 내일이 바로 한국패션의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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