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내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
SBS의 ‘웃찾사’, MBC의 ‘개그야’가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폐지되는 상황에서도 KBS의 ‘개그콘서트’는 15%~2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여전히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1999년 방송된 이후 새로운 형식의 개그 프로를 선보이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당시 개콘 1기 멤버로 김미화, 백재현, 심현섭, 김대희, 김영철, 김준호, 김지혜, 김경희 등이 맹활약을 펼치며 주말 저녁 웃음을 책임졌었고 특히 데뷔 이후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무명시절을 겪었던 심현섭은 개콘으로 일약 스타개그맨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는 ‘사바나의 아침’에서 추장을, ‘봉숭아학당’의 맹구로 활약하며 개콘의 간판 코너를 이끌어갔다. 특히 ‘빰바야, 막힜나?’ 등 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성대모사는 물론 속사포개그로 개그맨으로써 끼와 재능을 맘껏 발휘했다.
그랬던 그는 개콘을 떠나 SBS의 웃찾사로 둥지를 틀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점차 TV에서 활약도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TV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쉼 없이 일했고 꾸준히 방송 활동을 계속했다.
최근에는 2011. SK핸드볼코리아컵 해설자로 변신해 특유의 입담을 과시할 생각이다. 한때 영화 ‘우생순’으로 국민들로부터 반짝 관심을 받았던 핸드볼은 이후 또 다시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런 핸드볼을 국내 3대 스포츠로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그에게 일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심현섭은 유난히 스포츠를 좋아한다. 야구는 물론 축구, 농구 등 공을 가지고 하는 종목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현재 탤런트 박상원, 정보석, 이종원 등 연예인들로 구성된 조마조마야구단 감독을 맡고 있으며 연예인 야구 경기때는 해설을 맡아 하기도 했다. 그것을 계기로 대한핸드볼협회에서 섭외가 들어와 선뜻 2011. SK핸드볼코리아컵 객원 해설자로 나서게 됐다.
그는 핸드볼해설자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국내 핸드볼의 발전과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앞장설 생각이다. 그래서 최근 연예인 핸드볼팀 창단을 위해 주변 동료들에게 의중을 떠보고 있는 중이다. 야구나 축구는 연예인팀도 있고, 장애인팀도 있는데 핸드볼은 팀이 없다며 연예인팀이 창단되면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힘이 될 거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핸드볼이 상당히 신사적이고 다른 종목보다 단합도 잘 되는 운동이라 조금만 관심을 갖고 해보면 다른 종목 못지않게 흥미롭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방송을 쉬지 않고 해왔다. 라디오프로에서 동료 개그맨 박준형과 DJ를 했었고, 자신의 캐릭터에 맞은 역을 맡아 드라마에도 출연했었다. 뮤지컬 ‘넌센스, 크래커’에서는 버질 신부역을 맡아 관객과 소통했고 이벤트 프로모션 사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한때 드라마 제작사 스타맥스에서 이사로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며 드라마 가문의 영광, 내 사랑 못난이, 아내의 유혹 등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TV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뭐 먹고 사나 하고 궁금해하는데 자신은 늘 일 해왔으며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다고. 오히려 개콘 사바나의 아침이나 봉숭아학당으로 인기가 한창이었을 때 보다 지금이 그의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한다. 특별히 기사 제목을 ‘내 인생의 황금기는 사바나의 아침때가 아니고 지금이다’ 라고 써달라며 주문까지 하는 걸 보면 인생의 많은 경험과 깨달음 다음에 얻게 되는 여유 같은 게 엿보인다.
그가 지금이 자기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대에는 무명생활이 길어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고 30대 초반에는 너무 바빠 다른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개콘 당시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 짜고 회의를 해야만 했다며 지금 후배들을 보면 행사도 많이 다니는데 당시엔 봄철 행사가 한창이어서 찾는 곳이 많았는데 행사를 전혀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때 그 행사를 다 다녔으면 아마 빌딩 한 채는 샀을 거라며 너스레도 떨었다. 그렇게 그를 찾는 곳이 많고 어딜 가든 알아봐 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금이 그는 더 좋다고 한다.
지금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꾸준히 일도 하며 친구들을 만나 언제든 어울려 포장마차에서 술도 마시고 때론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고성방가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란다. 이것이 사람 사는 맛 아니겠냐며 가장 사람답게 살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물론 한참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옛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공개 개그를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고 엄살을 부린다. 개그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서라는데 반면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를 하라고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는 세트에서 이뤄지는 콩트 형식의 코미디나 미스터 빈 같은 코미디를 해보고 싶단다.
그는 요즘엔 개그 트렌드가 5년을 주기로 바뀌는 것 같다며 웃찾사나 개그야 같은 프로가 폐지되는 상황에서도 개콘이 여전히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개콘 초창기 멤버였던 김대희, 김준호, 박성호 같은 선배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요즘 개콘을 보며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개콘에 성인 코드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코미디는 애들부터 기성세대까지 같이 보기 때문에 다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개콘의 간판 코너 봉숭아학당의 경우 기본 컨셉이 학예회였고 학예회는 어느 정도 유치해야 하는데 당시 맹구는 두 가지 색깔을 갖고 갔다고 한다. 가슴에 무언가를 그리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코드였고 어른을 위해 시사를 다룬 성인 코드를 같이 가지고 간 것이다.
“우리 때는 여선생이 있었다. 김미화, 박미선 같은... 학생과 여선생의 러브라인이 있었고, 맹구와 황마담의 러브라인, 이태식과 김대희가 여선생을 좋아하는 삼각구도, 운동권 박성호와 학당의 여학생 김지혜, 김경희의 활약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선생이 진행만 하고 있다. 나오세요 나오세요 하며 진행만 하고 콘테스트 형식이지 학당이 아니다.” 며 봉숭아 학당에 대한 아쉬운 점을 조목조목 짚어 냈다. 또한 지금도 박지선, 김영희, 신보라, 허안나 같은 재능 있는 여자 개그맨이 많지만 그들의 활약이 재능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지금 개콘은 코너들이 이빨이 벌어져 있는 느낌이다. 임팩트가 없다. 임팩트 강한 인플란트가 필요하다. 그래도 20%대가 나온다는 것은 시간대 때문이라고 본다.”
모든 프로그램이 마찬가지겠지만 개그 프로는 특히 시간대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한때 토요일 오후 5시로 방송 시간이 변경되자 시청률이 5%까지 떨어졌었다고 한다. 그때 폐지론이 있었지만 코미디계 양대 산맥인 강영원, 양기선부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적절한 시간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에서 개콘에 대한 애정과 오랜 역사가 느껴진다. 개콘의 장을 열고 개그맨으로써 다양한 재능과 끼를 선보이며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개그맨 심현섭. 그에겐 또 다른 꿈이 있다. 개그맨으로써 무대에도 서 봤고 드라마하면서 캐릭터로 웃겨봤고 이젠 웃음이란 코드를 가지고 광고기획을 하고 싶다. 코미디광고회사를 설립해 웃기는 광고, 재미있는 광고, 심오한 것이 담긴 그런 광고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광고회사.
내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현재를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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