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태수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로 경영에 복귀한 지 꼭 1년이 지났고 이틀전인 22일은 삼성그룹 창립 기념일이다. 그런데도 삼성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외관상으로는 자숙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건희 회장이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을 '낙제는 아니다'며 혹평을 한 이후 청와대는 물론 정부 여당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면서 더욱 그렇다. 뒤늦게 해명을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부 여당의 분위기는 여전히 불쾌하고 냉랭하다. 게다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기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등을 운운하며 대놓고 비난했다.
역시 정치권 일각으로부터 "신중치 못한 행동"이라며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측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1주년과 관련해 특별한 행사도 없으며 자숙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1주년을 전후해 흘러나온 언론보도를 보면 일부 홍보담당들의 생각은 그게 아닌것 같다. 먼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복귀 이후 지난 1년동안 월급을 받지 않고 무보수로 일했다는 기사는 그야말로 삼류 블랙 코미디다. 물론 보는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겠지만 이 회장이 삼성에서 월급을 받는지 안받는지가 왜 중요한가. 백의종군하는 총수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한 내용이 기사화될 수 있게 팩트를 흘러주거나 아니면 확인해준 삼성 홍보담당도 제 정신은 아닌것 같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해나가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오너 겸 리더이다. 이 회장의 재산이 엄청나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경영복귀 1년을 조명하는데 이 회장에게 월급이나 재산 같은 수식어는 부적절하다.
삼성을 어떻게 이끌어야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들과 경쟁하고 생존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지 않은가.이건희 회장이 지난 1년간 월급 안받고 무보수를 일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초일류 기업인 삼성의 홍보전문가들이 이런 정도 밖에 안되나 해서 답답하다.
이건희 회장이 일년전 경영에 복귀할 때 뭐라고 했나. 삼성 사장단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건희 회장의 경륜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경영복귀를 강력하게 요청했고 이 회장을 이를 수락했다.
이 회장은 일년전 경영에 복귀하면서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밝혔다. 그런 분에게 월급을 운운하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초일류기업으로 글로벌 경영을 총괄적으로 이끌고 있는 오너 회장이 월급을 안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는 한국 최고 기업의 총수를 하루아침에 많은 사람들의 술안주거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졸지에 삼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입줄에 오르게 된 이건희 회장의 심기를 삼성맨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지도 궁금하다.
물론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삼성은 과감한 스피드 경영, 젊어진 삼성,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등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고 한다. 삼성의 자평처럼 삼성은 초일류 기업답게 홍보와 언론플레이도 그에 걸맞게 고급스럽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삼성의 홍보와 언론플레이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하는 지적을 더는 받지 않길 바란다.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기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지 모르겠지만, 삼성의 이번 언론플레이는 누가 뭐래도 삼류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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