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깊어지고 성숙된 음악을 하고 싶어"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재즈는 어떤 음악 장르보다 자유롭고 실험성과 무한한 도전이 가능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리듬에서 나오는 스윙감, 즉흥연주가 갖는 창조성, 뮤지션마다 다른 개성이 묻어나는 연주는 같은 곡도 연주하는 순간의 느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다보니 다양한 색깔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재즈 피아니스트 이지영은 말한다. 그것이 재즈가 재밌는 이유고 할수록, 알수록 들리는 것이 많고 느끼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이유라고.
Jazz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지영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이력이다. 고려대 통계학과를 나와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아니다. 알고 보면 그녀는 대학 4년을 빼고는 피아노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어려서부터 음악 전공을 염두에 두고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고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록밴드 활동을 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재즈에 심취해 4년 내내 재즈만을 들었다.
졸업 후 공기업에 취직해 다니면서 재즈 피아노를 배웠고 음악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렇지만 일정한 수입도 없이 음악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망설이며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결국 다시 외국인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면서도 재즈 동호회 활동을 계속했다. 그 동호회에서 음악적 동료이자 평생의 동반자인 남편 최은창씨를 만나고 이후 그녀의 인생에 재즈는 삶, 전부가 된다.
남편은 당시 재즈아카데미 정규반에서 재즈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남편의 권유로 그녀는 용기를 낸다. 다시 입사한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재즈를 공부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이후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편입하고 공부하면서 재즈 뮤지션으로써 활동도 활발하게 한다. 하지만 그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재즈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제대로 재즈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렇게 그녀는 남편 최은창씨와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난다.
Jazz...그리고 미국 투어
그녀는 남편 최은창씨와 함께 미국에서 재즈로 가장 유명한 노스텍사스대학교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운이 좋았던 걸까. 졸업 후 그녀는 레전더리 트럼펫 연주자인 메이너드 퍼거슨 밴드에 입단하게 된다.
우연히도 그 밴드는 베이스와 피아노 연주자를 함께 찾고 있어 두 사람은 함께 메이너드 퍼거슨 밴드에서 함께 활동하게 된다. 그들은 2004년부터 2005년 7월까지 전미 30개주 이상 투어를 다니면서 다양한 무대 경험을 갖는다.
그녀는 “투어를 하면 보통 3개월을 돌게 되는데 여자 몸으로 투어를 한다는 게 좀 위험하다. 일주일에 공연이 4일정도 있고 투어버스를 타고, 장거리는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데 여자 혼자는 쉽지 않다. 다행히 남편과 함께 그 밴드에 들어가 투어를 계속할 수 있었다.
텍사스에 있는 짐은 다 한국에 보내고 필요한 것만 챙겨서 호텔 생활과 투어버스 생활 같이 하면서 다녔다” 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치 음악영화 한편을 보는 느낌이다.
한국 재즈의 자존심... 이지영
2005년 가을 귀국한 그녀는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강의 제의도 받고 뮤지션으로서도 활동을 시작한다. 유학 전에 활발하게 활동했었고 유학 중에도 한국에 들어오면 틈틈이 공연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됐을까.
그녀는 첫 음반 “Confession"으로 메인스트림 재즈의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재즈피아니스트 이지영을 각인시켰다. 재즈페스티벌 참가와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해 자신을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요즘엔 지난 12월 발표한 두 번째 앨범 “Closer to You"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앨범에 자작곡과 그녀가 즐겨 연주하는 스탠다드곡을 함께 구성했다. 최근 4년간 만들어진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귀 기울여 보자. 그녀는 말한다.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듣고 어떤 식으로든지 반응해 준다면 아주 행복할 것 같다” 고.
그녀, Jazz를 말하다
재즈 피아니스트 이지영은 재즈를 가장 자유로운 음악이라고 소개한다. 재즈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감정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뮤지션이 연주하고 싶은 것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할 수 있어 더 매력적이라고. 같은 곡도 그날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고 어떤 형식이나 틀에 갇혀 똑같이 카피하듯 연주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얼마나 자유로운가. 무엇보다 재즈란 언어를 이해하고 알면 알수록 뮤지션은 더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뮤지션은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단다.
또 재즈는 대화에 동참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밴드가 합주를 할 때 뮤지션들은 서로 상대의 연주가 뭘 말하고 싶은지 하모니와 리듬, 감정적인 흐름까지 알아듣고 대화를 주고받듯 연주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합주가 가능하려면 뮤지션들 사이에서 하모니라는 언어와 리듬, 감정의 흐름을 언어처럼 즉각적으로 듣고 바로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그만큼 많이 듣고 알고 느끼고 연습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이 언어가 아닌 음악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란다.
연주가 좋은 그녀
그녀의 일주일은 분주하다. 여러 대학에 강의를 나가야하고 클럽에서 연주도 쉬지 않고 한다. 재즈가 바운더리가 넓은 음악장르라는 것은 연주하는 것을 즐기는 그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어떤 뮤지션은 무대를 가리기도 하는데 그녀는 연주할 수 있다면 공연장도 좋고 클럽도 상관없다. 처음 클럽에서 연주할 때 고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뮤지션이 클럽이라는 컨셉을 모르면 힘든 면도 있지만 그녀는 클럽에서의 연주를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 어떻게 표출해야할지 방향을 잡아갔다. 대신 클럽에서 연주하면 그녀 스스로가 좀 더 릴렉스한 상태에서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편한 상태에서 연주를 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도전적인 음악을 시도할 수 있어 좋단다. 테크닉적이고 과감한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하니 그녀는 단점도 장점으로 바꿔 적용시키는 힘이 있다. 아티스트로써 유난히 무대에 대한 욕심이 많은 그녀다.
그녀는 말한다. 좋은 뮤지션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보다 열정이라고. 재즈는 특히 연주하는 순간에 잡념이 없어야 하고 음악에 완전히 몰입해야 된다며 음악적으로 깊어지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하고 노력한다는 그녀의 재즈에 대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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