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호근 기자]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자원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ABS 의정서 발효에 대비하고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야생생물의 DNA 바코드 확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DNA 바코드는 소량의 유전정보를 이용해 생물종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는 일종의 유전자 신분증(ID)으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실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생물종을 판독할 수 있다. 또한 동물의 털이나 살점과 같은 생물체의 일부분 또는 말린 한약재와 같이 생물체가 변형된 상태에서도 어떤 종인지 판독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립생물자원관은 소량의 생물 조직만을 가지고도 DNA 바코드를 이용해 범죄수사와 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약 한달 전, 한 밀수입업자가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구렁이(Elaphe schrenckii) 수백 마리를 중국에서부터 다른 종류의 뱀들과 함께 섞어 불법 수입하려다 적발됐다. 관계기관에서 국립생물자원관으로 구렁이 진위여부 판명을 위한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밀수입업자는 구렁이가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DNA 바코드 분석결과 구렁이로 최종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에는 밀수업자에 의해 국내로 밀반입된 호랑이 가죽이 적발됐는데, 가죽의 일부를 DNA 바코드 기법으로 검사한 결과, 해당 생물체는 개(Canis lupus familiaris)인 것으로 나타나 가짜 호랑이 가죽임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국립생물자원관이 확보한 DNA 바코드로는 구렁이나 반달가슴곰과 같은 동물 10종과 당귀, 강활 등 산형과 식물을 비롯한 유용식물자원 56종이 있으며, 2011년 사업을 통해 주요 생물자원 200여종에 대한 DNA 바코드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산형과에는 한약재로 많이 이용되는 식물들이 약 70여종 포함돼 있는데, 2012년까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산형과 전 종에 대한 DNA 바코드를 확보하고 미역, 다시마와 같이 우리가 즐겨 먹는 해조류와 관상용/애완용으로 인기 있는 동․식물 150여종을 선정해 금년 내 DNA 바코드를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개나리광대버섯, 마귀광대버섯 등 우리가 잘못 알고 먹기 쉬운 독버섯류 50종에 대해서도 DNA 바코드를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독버섯의 오․남용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치료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고유종 및 산업에 유용하게 쓰이는 생물종을 중심으로 분석대상 생물자원을 점차 확대해 2015년까지 5천여 종의 자생생물에 대한 DNA 바코드를 확보하고, 학계 및 산업계 등에 바코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