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폴리텍국제기술봉사캠프후기 - 바이오 품질관리과 2학년 최현주] 유독 추웠던 이번 겨울.. 비행기가 지연될 정도로 폭설이 오던 날 폴리텍대학 봉사단은 필리핀으로 향했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해 더운 공기를 마시며 공항 앞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니 이색적이었고 더운 나라의 크리스마스는 어떨까 궁금했다.
봉사단이 가기로 한 바탁시티는 필리핀 북부 라오악에 위치한 곳으로 마르코스 대통령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태극기와 한국폴리텍대학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으니 왠지 모를 사명감이 생겼다.
봉사단에게 주어진 미션은 산마테오 고등학교 담장 축조와 라유래이 초등학교 물파이프 공사와 물탱크 보수였다. 산마테오 고등학교는 논인지 학교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논 바로 옆에 운동장이 있었다.
국제워크캠프가 답사를 갔을 때 담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주로 20명 정도로 구성된 봉사단이 파견되었고 담장을 지을 기술을 가진 사람도 별로 없어서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때 마침 폴리텍대학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뜻을 전했고 각 캠퍼스마다 선발된 인원이 40명으로 구성되어 도전해 볼만하다 여겨 담장을 만들어 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담장하나 만드는 일이 뭐 이렇게 힘들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리핀은 한국에 비해 장비나 기술면에서 매우 낙후되어서 담장 기둥을 세울 구덩이 하나를 파는데 한나절이나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125미터가 넘는 담장을 일주일 만에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국처럼 굴삭기 같은 장비도 없는데다 삽은 왜 하나같이 그리 약하던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부러진 삽들이 마치 환자처럼 한 곳으로 이송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렇게 쉼 없이 열심히 땅을 파고 벽돌과 시멘트를 나르니 신기하게도 담장이 완성되었다. 봉사일정 마지막 날 아이들이 리본으로 예쁘게 꾸며진 담장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해냈다는 기쁨과 아이들과 헤어진다는 슬픈 감정이 교차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봉사활동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은 준비기간이 짧아 어설프게 진행된 수업도 즐겁게 참여해 주었고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아해줬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항상 미소가 떠나질 않았고 매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마지막 날 한 아이가 금방 다시 올 거냐는 질문을 했는데 선뜻 그럴 거라고 답해주지 못한 것이 아직도 많이 미안하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정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나는 그들을 도와주러 갔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아왔다. 필리핀에서의 추억은 담장과 물탱크에 새겨진 폴리텍이라는 글씨처럼 내 가슴에 깊이 새겨져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필리핀을 내려다보며 그들에게 배운 행복의 정의를 잊지 않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준 한국폴리텍특성화대학 바이오 캠퍼스 이배섭 학장님 및 국제워크캠프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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