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조은희 기자] 표시된 정량보다 적게 주유 되는 신종 주유기 조작 프로그램으로 거액을 챙긴 제조·판매업자와 주유소 대표가 무더기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주유기 조작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하고 판매한 혐의(사기 등)로 구모(53)씨와 개발자 김모(59)씨, 판매 알선책 신모(45)씨 등 3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 프로그램을 구매한 주유소 대표 임모(53)씨 등 2명을 구속하고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 등은 김씨가 개발한 조작 프로그램을 담뱃값 크기의 휴대용 기기에 저장해 전국 주유소 20곳의 주유기 60여대에 직접 이식해주고 그 대가로 한대당 200만~300만원을 받아 총 1억6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 12월부터 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한 김씨는 1년3개월 만에 정량보다 3∼5% 적게 주유 되는 조작 프로그램을 개발, 2천만원을 받고 구씨에게 넘겼다.
김씨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주유기 메인보드에 별도로 메모리칩을 탈·부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휴대용 기기를 연결하기만 하면 7초만에 메인보드에 이식됐다.
또 한번 프로그램을 이식하면 그 다음부터는 금액 입력 자판에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언제든지 손쉽게 주유량 조작이 가능했다.
김씨는 한국석유관리원의 단속 기준인 20ℓ 주유 시점까지는 정상적으로 주유 되도록 하고 전원을 껐다가 켜면 주유기가 정상 작동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등 단속에도 치밀하게 대비했다.
경찰에 붙잡힌 주유소 대표들은 구씨 등에게서 구매한 조작 프로그램을 이식해 지난 8개월간 82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주유기로 차량 한대당 60ℓ를 주유했다고 가정했을 때 피해 차량은 274만대에 달한다.
해당 주유소들은 일부러 근처 주유소보다 ℓ당 평균 10~20원씩 더 싼 가격을 내걸어 고객들이 많이 찾도록 유인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비슷한 불법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한국석유관리원과 함께 단속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름값이 턱없이 싸다거나 금액 자판에 필요 이상의 숫자를 누른다고 의심될 때는 즉각 신고를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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