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조수현기자] 리얼한 현실을 반영한 MBC ‘오만과 편견’의 ‘촌철살인 명장면’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MBC 월화특별기획 ‘오만과 편견’(연출 김진민/극본 이현주/제작 MBC, 본팩토리/이하 ‘오편’)은 10월 27일 1회 방송을 시작한 이후 5주 연속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요지부동 지켜내고 있다. 속도감 있는 사건 진행과 사람 냄새나는 휴머니즘 스토리, 남녀 주인공들의 달달한 로맨스가 균형감 있게 다뤄지며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는 것.
무엇보다 ‘오편’은 우리 사회 약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아픔을 드라마 곳곳에 녹여내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상태. 이와 관련 시청자들의 폐부를 찌르며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던 ‘오편’의 ‘촌철살인 명장면 BEST 5’를 살펴봤다.
■ ‘촌철살인 명장면’ BEST 1. 가난한 아버지의 ‘조용한 절규’
“없이 살다 보니, 법은 너무 멀고, 옳은 일 같은 건 너무 무겁네요”
‘오편’ 5, 6, 7회에서는 근무하던 성형외과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하다 끝내 자살하고 만 비정규직 간호조무사 차윤희의 이야기가 조명됐던 상황. 7회에서 차윤희의 아버지는 딸이 성추행을 당했던 것이 분명한 정황을 포착하고도 끝내 소송을 포기하고 원장에게 합의금을 받는 길을 택했다. 마지막으로 설득해보려는 열무(백진희)에게 윤희의 아버지는 “저도 검사님처럼 그 새끼 때려죽이고 싶은데… 근데 그 더러운 돈, 우리 딸 목숨 값이 우리한텐 밥이고 생명입니다. 저희 같이 없이 사는 사람들한텐, 자존심도 사치인 세상 아닙니까?”라고 되물으며 지저분한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없이 살다 보니, 법은 너무 멀고, 옳은 일 같은 건 너무 무겁네요”라며 합의금을 받지 않고 소송을 하더라도 이기기 어려운 눈앞의 현실을 짚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 ‘촌철살인 명장면’ BEST 2. 자살한 비정규직 여성의 ‘마지막 고백’
“근데 난 왜 하필 정직원이 꿈이었을까?”
7회 말미에는 죽은 비정규직 간호조무사 차윤희의 살아생전 마지막 행보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죽기 직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찾았지만 돈이 아까워 차마 티켓을 살 수 없던 차윤희가 송아름(곽지민)과 통화하며 진심을 털어놓는 모습이 그려졌던 것. 차윤희는 “근데 난 왜 하필 정직원이 꿈이었을까? 그거 돼 봤자,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티켓 하나 맘 놓고 못 사는데”라며 죽기보다 싫은 일을 참고 견뎌도 조그마한 행복 하나 잡을 수 없던 자신의 삶에 회의를 드러냈다. 또한 “언니, 난 진짜 이렇게 멀 줄 몰랐어. 레이 노래 소리도,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것도...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한텐 다 너무 멀다”고 조용히 한탄하며 막막한 심경을 전달, 안방극장을 먹먹함으로 물들였다.
■ ‘촌철살인 명장면’ BEST 3. 힘없는 한별이 아빠가 ‘멈출 수 없는 이유’
“아빠가 힘이 없어서, 못나서 못 잡는 거면, 더 못 그만둬”
8회에서는 과거 열무와 열무 아빠(정성모)의 대화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 ‘한별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1인 시위를 하는 아빠에게 열무가 “그만하자. 이제”라고 포기를 권유했던 터. 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빠가 “높은 사람이야? 힘센 사람이야?”라며 ‘한별이 사건’ 범인의 정체를 묻자, 열무는 단호하게 잡을 수 없을 거라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열무 아빠는 “아빤 못 그만둬. 아빠가 힘이 없어서, 못나서 못 잡는 거면, 더 못 그만둬”라며 “힘도 없고 못난 주제에 해 보는데 까지 해보지도 않으면 나중에 우리 한별이 어떻게 만나니, 미안해서”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는 일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힘없는 아빠의 슬픈 다짐이 잔잔한 눈물을 자아냈다.
■ ‘촌철살인 명장면’ BEST 4. 리어카 할아버지의 ‘소박한 행복’
“그게 값이 꽤 되는데…한…육백 원은 될 거 같은데”
9회에서는 폐지를 줍는 리어카 할아버지의 소박함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박혔다. 이 날 방송에서 장원(최우식)과 광미(정혜성)는 취준생 고영민이 훔쳐간 사건 파일을 버렸다는 할아버지의 폐지 리어카를 찾아냈던 상황. 파일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박스를 돌려받은 장원과 광미는 할아버지에게 폐지 값을 쳐주겠다고 가격을 물었다. 이에 할아버지가 “그게 값이 꽤 된다”며 “한…육백 원은 될 거 같은데”라고 조심스레 가격을 밝혔던 것. 예상 밖의 대답에 놀란 장원이 “육백 원이요?”라고 재차 되묻자, 할아버지는 “그 돈이면 컵라면 하나 사먹을 수 있다”는 대답으로 장원과 광미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생각하기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돈의 가치를 절절히 깨닫게 했던 비수 같은 장면이었다는 반응이다.
■ ‘촌철살인 명장면’ BEST 5. 막다른길에 몰린 취준생의 ‘처절한 외침’
“약한 사람들도 좀, 같이 먹고 살면 안 돼요?”
특히 9회에서는 대한수출입은행 채용비리를 고발한 취준생 고영민의 처절한 외침이 시청자들을 귀 기울이게 했다. ‘열정 넘치는 취준생이 무려 32명이나 고소한 사건’이라고만 치부됐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막다른 길에 몰린 이 시대 젊은이의 억울함이 서려있었던 것. 고영민은 “꿈 따윈 다 접고, 그저 평생 먹고 살 일이 겁나서 청춘이고 연애고 다 묻어둔 채 죽자고 공기업 준비한 건데, 난 떨어지고 주상훈 같은 애가 되니까 나도 확 돌겠더라”며 공평치 못했던 합격기준에 분노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나도 안다. 강한 사람들만 살아남는 세상이라는 거”라며 “그럼 약한 사람은요? 약한 사람들도 좀 같이 먹고 살면 안돼요?”라는 울림 있는 대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MBC와 공동 제작사 본팩토리 측은 “‘오편’ 드라마 속에서 검사들이 맞닥뜨리는 사건과 법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우리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 또는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며 “그런 만큼 우리 드라마가 특별한 사람들보다는 보통 사람들, 강자보다는 약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MBC 월화특별기획 ‘오만과 편견’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사진제공=MBC, 본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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