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정미라 기자] 국토지리정보원은 내년 을미년(乙未年) 양(羊)의 해를 맞이해 양과 관련된 지명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150만여 개 지명 중 40개가 양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십이지를 상징하는 동물 중 여덟 번째인 양은 성격이 온화해 무리지어 살지만 다툼이 없어 우리 조상들은 양을 순하고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동물, 평화와 희생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기기도 했다.
2010년 호랑이(경인년, 庚寅年)를 시작으로 매년 십이지 동물과 관련된 지명을 소개하고 있다. 내년 우리나라의 양 관련 지명은 현재까지 가장 많은 지명 수를 차지하는 2012년 용(임진년, 壬辰年) 관련 지명 1,261개, 2014년 말(갑오년, 甲午年) 관련 지명 744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보면, 농경문화로 목양(牧羊)이 토착화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다른 동물들보다 양과 관련된 지명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조상들은 보통 양과 염소를 구별하지 않았고 종종 같은 의미로도 쓰는 경향이 있어 우리 국토의 지명에도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마치 염소와 양의 모습이 닮아서 붙여진 전라남도 영광군 군남면 백양리 ‘아양’마을,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면 백산리 ‘양산’ 등이 대표적이다.
글자별로 보면, ‘양도’라는 지명이 경상남도 마산시 진동면 고현리의 섬 이름을 비롯해 전국에 6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명의 종류별로는 마을의 명칭이 23개로 가장 많았고 섬의 명칭이 7개, 산의 명칭이 6개 등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남부 지방과 섬에 양 관련 지명이 많이 분포하는 것은 예로부터 가축 관리가 편리해 섬과 같이 고립된 지역에 방목해 키웠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의 다양한 모습과 관련된 지명도 있다. ‘양각산’은 봉우리가 뾰족한 양의 뿔을 닮았다고 해 유래됐다. ‘내장산’은 산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며 구불구불 이어진 계곡과 산세로 마치 꼬불꼬불한 양의 내장 속에 숨어들어 간 것 같다고 해 지명이 유래됐다.
양은 종교적으로도 신성한 동물로서 신화나 전설의 주제로 등장했다. ‘백양사’에는 불법(佛法)에 감화된 흰 양과 관련한 유래가 전해지는 등 수행자를 상징할 정도로 평화와 온유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또한 오래도록 무릎을 꿇고 있는 습성과 무릎을 꿇고 젖을 먹는 모습에서 옛 사람들은 ‘은혜를 아는 동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러한 습성은 누워있는 양의 모습을 비유한 지명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정보원 측은 “2015년 을미년(乙未年) 양(羊)의 해를 맞이해 평화롭게 무리지어 살아가는 양처럼 화합과 평화의 기운이 가득찬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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