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홍선화 기자] 36전인 1978년 힘겹게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학교에 졸업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대학진학의 꿈을 접을 뻔 했던 만학도가 국민권익위원회의 도움으로 새로운 희망을 되찾았다.
지난 5년여 간 요양보호사로 일해 온 윤연실씨(가명, 56세)는 보다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지난해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하려 했지만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서 입학이 불가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윤씨는 1970년대에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공장일을 하면서 서울 명동에 있던 중앙상업전수학교 야간과정에 들어갔고 이 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을 듣고 3학년 때 천호상업전수학교(1968년 개교)로 전학해 1978년에 졸업을 했다. 천호상업전수학교는 1983년 위례상업고등학교로, 2007년 동산정보산업고등학교로 교명이 변경됐다.
그러나 종전학교들의 기록을 보관·관리하고 있는 동산정보산업고등학교에는 윤씨의 생활기록부와 공납금 수납부만 남아 있고 졸업대장에 이름이 없었다. 학교에 보관된 윤씨의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졸업대장 번호에는 다른 사람이 졸업생으로 등재돼 있었다.
학교와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서는 졸업대장 위조의 정황이 의심되나 36년 전의 사건으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고 감사의 실효성이 없어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윤씨는 지난 7월 대통령비서실에 고등학교 졸업을 증명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이를 전달받은 권익위는 1979년 폐교된 중앙상업전수학교의 기록물을 찾고 1977년(3학년) 당시의 윤씨 담임교사를 직접 면담하는 등 추적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동산정보산업고등학교에 3학년 전 과정 성적이 기록된 윤씨의 생활기록부가 있고 중앙산업전수학교와 천호상업전수학교의 생활기록부에 나온 윤씨의 수강과목이 일치했다. 또한 1977년 1년 동안 윤씨가 천호상업전수학교에 공납금을 납부한 것과 1978년 당시 천호상업전수학교 졸업앨범에 윤씨의 사진이 있는 것도 확인했다.
당시의 담임교사와 동창생 50명도 윤씨의 전학과 졸업에 대해 같은 진술을 한 점과 학적 관련 공공기록물의 유지, 관리 책임은 학교와 교육청에 있는 점 등을 들어 서울 특별시교육감에게 졸업증명서 발급에 대한 감독 조치를 권고했고 해당 학교도 졸업증명서를 발급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윤씨는 “지난 2년 동안의 억울함과 괴로움이 해결돼 정말 기쁘다. 앞으로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돼 더욱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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