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외국에 거주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영국에서 아프리카 조직의 '이메일 해킹' 범죄에 가담하고 조직까지 등긴 한국인 무역업체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3일 상습사기·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이모(40)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프리카 해킹 조직의 인출책으로 활동했다. 영국에서 피해금 8천100만원(약 7만 달러)을 인출해 2천100만원만 아프리카로 송금하고 6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아프리가 해킹조직은 서아프리카 베냉 출신인 K씨가 총책을 맡았다. 이 조직은 무역회사 12곳의 이메일을 해킹, 거래처담당자 행세를 하면서 해당 거래처 쪽에 결제 계좌가 바뀌었다고 이메일을 보내 대금을 가로챘다.
이씨는 브로커의 소개로 K씨와 연락이 닿았고, 무역업체 직원이라 관련 지식이 있어 인출책으로 발탁됐다.
이씨는 인보이스(물품 운송에 관한 권리를 증명하는 문서)를 직접 허위로 작성해 은행에 제출한 뒤 K씨가 무역회사를 속여 받은 피해금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막상 거액을 손에 쥐자 이씨는 욕심이 났다. 약속된 자신의 몫은 10%였지만, 주범이 머나먼 아프리카에 있었기 때문에 일부만 송금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주머니로 넣었다.
국내 무역업체의 신고로 계좌 추적을 거쳐 수사 선상에 오른 이씨는 이달 13일 한국에 들어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수수료를 받고 자신의 계좌만 대여해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금 흐름 등을 분석한 수사결과를 경찰이 내밀자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시인했다.
서울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지난 2012년 영국으로 간 이씨는 영국의 작은 무역회사에 취직했지만, 월급 200여만원으로 생활이 힘들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집 임대료만 100만원이 넘는 등 영국의 물가가 너무 높아 생활이 어려웠다며"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피해금을 대부분 자신의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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