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임신 7개월의 아내를 교통사고를 위장해 살해하고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은 13일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해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고 있는 A씨(48)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1심재판에서 아내를 살해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차량 운전시간 전체대 대한 촬영영상과 같은 직접 증거가 없어 간접 사실로 증명할 수 밖에 없다"며 사고 당시 주변 CCTV와 차량 상태에서 간접증거를 찾았다.
우선 재판부는 사고 지점 440여m 앞에서 상향등을 점등한 것이 졸음 운전을 했다는 증거라고 하는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향등은 운전대와 수평으로 놓여 있어 졸음운전으로 인해 손을 놓쳐 아래로 떨어뜨려도 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만일 손을 놓쳤다면 차량이 크게 움직였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고당시 조수석 파손 부위가 운전석보다 많고 뒷바퀴가 11자로 나란히 정렬돼 충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졸음운전의 증거와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성휴게소에서 휴식 후 사고지점까지 8개의 커브 구간을 무사히 통과한 점, 사고 당시 속도가 줄어들었고 변속기가 4단에 위치해 있었던 점, 평소 착용하지 않던 안전벨트를 착용한 점 등을 고의로 사고를 유발한 증거로 봤다.
여기에 A씨가 아내 사망 시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보험에 다수 가입하고 사고 뒤 아내의 화장을 서두른 점, 자신도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휴대전화로 '고속도로 사고', '어제 교통사고' 등을 검색한 점 등을 간접 증거로 인정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같은 간접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A씨가 고의로 사고를 유발했다는 증거로 인정하기 충분하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남편을 믿고 캄보디아에서 시집을 온 아내를 치밀한 계획을 세워 죽음에 이르게 해 회복할 수 없는 범죄를 범해 생명에 대한 인식이 우려된다"라며 "슬픔에 빠져 있을 유족에게 속죄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하는 처벌이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판결로 A씨는 법정 구속됐다.
한편 A씨는 지난 2014년 11월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위장해 캄보디아 국적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A씨가 사고 전 아내 명의로 11개 보험사로부터 25개 보험에 가입한 정황 등을 이유로 고의로 아내를 살해했다고 봤지만 A씨는 졸음 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아내는 당시 임신 7개월인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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