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지난 3월 8일 첫 공판이 열린지 169일만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이 막을 내렸다.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에게 법원이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66)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63) 전 차장(사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55) 전 전무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모두 공동해 37억6736만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며 승마 지원 등 최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한 임원들이 경제정책에 관해 막강하고 최종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승계과정에 관한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로 국민들은 대통령 직무의 공공성과 청렴성에 근본적 의문을,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의 도덕성에 불신을 갖게 됐다"며 "최고 정치 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란 병폐가 과거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받은 충격으로 인한 신뢰감 상실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 등이 정유라씨 승마 지원으로 73억여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후원해 16억여원의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관련 뇌물공여 부분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으며 승마 지원 관련 선수단 및 마필수송 차량 구입대금 및 213억원을 약속한 부분도 각각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어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을 추진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 관련 승계작업에 관한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 등의 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은 대통령의 직무와 지원행위 사이의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며 "이들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최씨와의 공모에 따른 것을 알고 있었고 이익 제공이 은밀하게 이뤄졌다. 영재센터 후원도 대통령의 지원 요구가 그 대상, 규모, 방식이 특정돼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뇌물 제공을 위해 삼성 자금을 횡령했고 현재까지 피해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승마 지원으로 인한 범행 은폐를 위해 조직적이고 계속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해 비난가능성과 불법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의 주체인 이 부회장의 책임이 크며 최 전 실장 등 임원들이 이를 실현시켜 가담 정도가 무겁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로 대통령에 대한 청탁 대상인 승계작업 주체이자 이익을 가장 많이 얻을 지위에 있다"며 "당시 삼성의 사실상 총수로서 다른 임원들에게 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을 지시하고 범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그 가담 정도나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은 삼성 의사결정 구조 정점에 있는 사람들로 이 부회장 지시를 받고 범행을 기획하고 실질적 의사결정을 했으며 범행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가담 정도가 상당히 무겁다"며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는 승마지원 관련 구체적인 뇌물공여 지원계획을 짜고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세 차례 단독면담에서 이 부회장에게 적극적이고 구체적 지원 요구를 했다"며 "이 부회장 등은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또는 개별 현안에 관해 대통령에게 적극적·명시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뇌물을 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승계작업에 관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부정한 청탁의 결과로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통해 부당하게 유리한 성과를 얻었다는 것까진 확인되지 않는다"며 "지배구조개편이 오로지 이 부회장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총 5개의 혐의를 받았다. 죄명으로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있다.
이중 핵심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을 도와달라고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씨 딸 정유라(21)씨 승마 훈련 지원 및 미르·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298억2535만원(약속 433억여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비상장계열사 상장 등을 통한 상속세 재원 등 마련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조정 ▲삼성물산 의결권 손실 최소화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최씨 등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최씨 소유의 페이퍼컴퍼니인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와 허위 용역계약을 맺고 돈을 송금해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도 있다.
이 밖에 뇌물공여 및 업무상 횡령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최씨에게 제공한 말을 삼성전자 소유인 것처럼 꾸미는 등 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국회에서 거짓으로 증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검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이 부회장은 이익의 직접적 귀속 주체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임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법정에서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면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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