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저 역시 실향민의 아들, 이북도민 2세"라며 "오늘 이렇게 이북도민 어르신들을 뵈니, 잎담배를 종이에 말아 피우며 고향을 그리워하던 선친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선친은 함경남도 흥남 출신으로 전쟁통에 남으로 피난하여 흥남부두에서 거제도로, 부산으로, 뿌리 잃은 삶을 사시다가 끝내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효창운동장서 열린 제35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을 때 이제 고향에 가볼 수 있으려나 기대에 차서 기뻐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아마도 이북실향민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기대를 하고 똑같은 실망을 겪었을 것이다. 올해 아흔이신 어머니의 동네는 흥남의 서쪽을 흐르는 성천강 바로 너머 함주군"이라며 "언젠가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가며, 아버지 어머니의 동네에서 제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세월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실향민 1세대 어르신들은 분단과 전쟁, 이산의 고통을 가슴에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을 일구고, 일가를 이루신 분들"이라며 "저는 지난 7월 베를린에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 방문을 허용하자'고 북에 제안했다. 만약 북이 어렵다면 우리측만이라도 북한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이나 성묘를 허용하겠다고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가족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중 현재 생존해 계신 분은 6만여 명, 평균 연령은 81세"라며 "이산가족이 우리 곁을 떠나기 전 인륜과 천륜을 더 이상 막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서였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정부는 한 순간도 이북도민과 이산가족의 염원을 잊지 않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함께, 외교적 해법으로 반드시 남북 평화와 공존의 길을 열겠다.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과 고향방문이라는 이산가족의 간절한 바람들을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안보에는 '충분하다'란 말이 있을 수 없다. 정부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통같은 안보, 평화를 지키고 만드는 강한 안보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과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더욱 굳건한 협력관계를 다져가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공존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나아가 "무모한 도발은 결국 자신들의 파멸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북이 깨닫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도록 흔들림 없는 강한 안보를 기반으로 단계적이며 포괄적인 대책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실향민의 아들, 여러분들의 아들, 이북도민 2세가 이렇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 여러분 앞에 섰다"면서 "이제 이북도민도, 탈북주민도, 기업인도, 노동자도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함께 사는 공동체다. 진보와 보수, 좌우의 이념적 구별과 대립은 우리의 미래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북의 미사일보다 백배 천배 강하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화합하며 대한민국의 역동적 발전을 이끌어왔고, 나도 이러한 경쟁 속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 부모님이 그러했듯이 오늘 이곳에 계신 이북도민 어르신, 탈북주민 모두를 대한민국의 품으로 이끈 것은 민주주의"라며 "북이 갖고 있지 못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밥이고, 삶이고, 평화"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향민과 탈북주민들을 향해 "정부는 실향민들이 두고온 고향의 향토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지키고 가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북한지역 향토문화의 계승과 발전, 무형문화재 발굴에 대한 지원에도 힘쓰겠다. 이북5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국외거주 이북도민들의 고국방문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탈북자 정착과 관련해 "자유와 평화의 길을 선택한 탈북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 기업체 연수와 맞춤형 교육과 같은 실질적 지원정책을 확대하고, 탈북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면서 "저는 그 것이 바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져가는 길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정부는 언제나 이북도민, 탈북주민 여러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다"며 "청와대와 정부의 문은 이 나라의 주권자인 여러분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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