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정명웅 기자] 별늑대거미, 긴호랑거미 등 국내 자생 거미류의 독(毒)에서 항균소재,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성분이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동국대 성정석 교수팀과 공동으로 ‘자생생물 유래 독성물질의 유용성 탐색’ 연구 사업을 진행한 결과 자생 거미류의 사냥방식에 따라 독의 기능적 특성과 쓰임새가 다른 것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거미류는 사냥 방식에 따라 ‘배회성 거미’와 ‘조망성 거미’로 구분된다. 배회성 거미는 그물을 치지 않고 땅, 숲, 계곡 등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사냥한다. 조망성 거미는 한곳에 정착해 그물을 치고 생활하면서 먹이를 찾는다.
연구진은 국내 자생종 가운데 대표적 배회성 거미인 별늑대거미, 황닷거미, 이사고늑대거미와 조망성 거미인 긴호랑거미, 산왕거미, 무당거미 총 6종의 독액을 추출해 각각의 활성을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배회성 거미류의 독액은 조망성 거미보다 식중독균과 대장균에 대한 세포용해와 활성능력이 5배에서 19배 높았다. 반면 조망성 거미류의 독액은 배회성 거미류 보다 먹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신경억제활성이 3배에서 10배 높았다.
아울러 거미독에서 항균제, 고혈압 치료제 등으로 쓸 수 있는 펩타이드 2종을 발견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연결된 작은 단백질로 효소, 항체 등 다양한 기능과 구조를 가진다.
별늑대거미의 독액에서 찾아낸 델타라이코톡신은 항균소재로 쓰이는 ‘멜리틴’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멜리틴은 서양종 꿀벌 독에서 발견된 펩타이드로 식중독균과 대장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다.
조망성 거미류인 긴호랑거미의 독액에서는 오메가아라네톡신이 추출됐다. 오메가아라네톡신은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실니디핀’과 유사하게 신경세포 내로 칼슘이온 유입을 차단했다. 실니디핀은 칼슘이온 통로의 일시적 차단을 통해 혈압상승을 막는다.
연구진은 거미 독에서 찾은 신규 펩타이드 2종의 세포용해와 신경억제 활성에 대해 이달 말 특허를 출원하고 8월 국제적 학술지인 비비알씨(BBRC)에 연구 결과를 투고할 예정이다.
연구진 측은 “이번 신규 펩타이드 2종에 대해 향후 독성실험, 구조규명 등 추가 연구를 거쳐 방부제, 의약품 등 다양한 용도로의 활용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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