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헌법재판소를 태동시킨 힘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이다. 국민 스스로, 1948년 제헌헌법 이후 40년 동안 법전 속에 잠들어 있던 헌법의 이념과 정신을 삶 속으로 불러냈다"고 밝힌 뒤 "1988년 창립 당시 제대로 된 청사조차 없었던 헌법재판소가 국민 속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힘도 자유, 평등, 민주를 향한 국민의 열망과 기대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재 창립 30주년 기념식' 참석해 연설을 통해 "불합리한 관행과 부당한 국가권력의 행사로 상처받은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헌법재판소는 치열한 토론과 과감한 결정으로 오랜 인습과 폐단을 없애줬다"며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인 악법들을 위헌으로 결정할 때마다 국민의 삶은 좋아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왔다"면서 "헌법에 위반되는 정치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냈고,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의 흠결을 보완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헌법은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헌법을 수호하라는 국민 명령, 억울한 사람을 지켜줄 것이라는 국민 기대, 민주주의 발전의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는 국민의 믿음에 헌법재판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응답해왔다"며 "헌법은 힘이 세다. 국민의 뜻과 의지, 지향하는 가치가 담겼고 국민이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삶의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국민"이라며 "국민의 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국민과 헌법재판소가 동행할 때 헌법의 힘이 발휘된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권과 국민주권의 강화는 국민이 정부와 헌법기관에 부여한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정부와 헌법기관이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해왔는지, 헌법정신을 잊거나 외면할 때가 있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기관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독립된 판단기준을 가지고 오직 국민을 위해 헌법 가치를 실현할 것이라는 믿음이 그만큼 크다"며 "헌법에는 권력이란 단어가 딱 한 번 나온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며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더 철저해야 하며 국가기관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더 단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은 완전무결하거나 영원하지 않다. 헌법에 대한 해석 역시 고정불변이거나 무오류일 수는 없다"며 "시대정신과 국민의 헌법 의식에 따라 헌법 해석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변할 수 없는 원칙도 있다. 민주주의의 완성과 인간의 존엄을 향한 국민의 뜻과 염원은 결코 바뀔 수 없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이 원칙에 굳건히 뿌리내릴수록 헌법을 포함해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내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민주권의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면서 "헌법재판관 한 분 한 분은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하고 있으며, 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국민의 마음을 통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주권을 강화하고 성숙한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길에서 국민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