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세종대왕께서는 우리 겨레에게 우리 겨레만의 누리를 열어주셨다"며 "압록강과 두만강의 가장 북쪽 유역에 4군 6진을 두고 그곳에 백성들을 옮겨 살게 해 한반도를 우리 땅으로 굳히셨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축사를 통해 "한글을 만들어 백성 누구나 제 뜻을 쉽게 펴도록 하셨다. 땅은 사람이 삶을 이루는 터전이고, 글은 얼과 마음을 담아 옮기는 그릇"이라며 "세종대왕께서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우리에게 주셨다. 무슨 말로도 나타낼 수 없는 고마움을 우리는 세종대왕께 드려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어 "세상에 약 3000개 민족이 7000개의말을 쓰며 산다고 한다.그러나 세상의 글자는 40개뿐이고, 우리처럼 스스로의 말과 스스로의 글을 모두 가진 민족이 많지 않다"며 마흔 가지 글 가운데서도 누가·언제·왜·어떻게 만들었는지가 확실한 것은 한글이 거의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리는 "유네스코는 1990년부터 해마다 문맹 퇴치에 앞장선 사람이나 단체에게 '세종대왕 문해상'을 주어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고 있다"면서 "1997년에는 한글을 만든 까닭과 원리를 밝힌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에 올렸다"고 언급했다.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은 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들이 쉽게 익히고 쓰게 하려고 한글을 만드셨다는 세종대왕의 말씀을 적어 놓았다"며 "이미 한글은 우리만의 글이 아니다. 한글을 배우는 세계인이 갈수록 늘어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07년에 세 개 나라, 열세 곳에 문을 열어 한글을 가르친 세종학당이 올해까지 쉰일곱 개 나라, 백일흔네 곳으로 늘었다"며 "세계의 젊은이들은 방탄소년단의 한글 노랫말을 받아 적고 함께 부른다. 정부는 자랑스러운 방탄소년단께 문화훈장을 드리기로 어제 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조상들은 유라시아 동쪽 끝에 터를 잡아 나라를 이어주셨다. 우리나라는 큰 나라가 아니다"며 "그러나 세계는 우리를 작은 나라의 작은 민족으로 결코 얕보지 못한다. 세종대왕께서 주신 우리글과 땅이 크나큰 힘이 됐다"고 했다.
아울러 "세종대왕께서 한글과 땅을 주셨을 때는 우리 겨레가 하나였다. 그러나 세계냉전은 겨레와 땅을 두 동강 냈다"며 "조국분단 70년은 말의 뜻과 쓰임새마저 남과 북에서 달라지게 바꾸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더 나아가 "2005년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 함께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일은 남북관계의 기복으로 멈췄다"며 "이제 문재인 정부는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을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렇게 남과 북이 달라진 것들을 서로 알고 다시 하나 되게 하는 일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면서 "이런 일이 쌓이고 또 쌓이면 남과 북이 세종대왕 때처럼 온전히 하나 되는 날도 조금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 그렇게 함께 힘쓰기를 오늘 모두가 세종대왕께 다짐드리자"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끝으로 "겨레의 말과 글을 지키고 다듬으며 가꾸는 것도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한글학회를 비롯한 학계, 시민단체와 함께 모두 다 애쓰자. 정부가 앞서겠다"며 "둘도 없이 값진 한글과 그것을 만들어주신 세종대왕의 고마움을 생각하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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