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시나리오를 쓰다가 취재차 알게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폰을 판매한 영화제작자와 그 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일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영화제작자 강모(4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박모(33)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법인명의를 준 채모(57)씨 등 12명을 공정증서원본 등의 부실기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유령법인 33개를 만들어 대포전화 860개를 개통해 중국 전화금융사기 조직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화사를 운영하던 강씨는 2012년 보이스피싱 관련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중국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을 취재했다. 그러던 중 조직원으로부터 콜센터에서 사용할 전화기를 개통해 중국으로 보내주면 대당 250만~400만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강씨는 영화제작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영화사 직원들과 범행을 모의했다.
이들은 전화기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동종전과로 구속된 경력이 있는 박씨를 영입했다. 법인을 만들면 전화기를 대량으로 개통할 수 있다는 박씨의 제안에 따라 조직원을 모아 콜센터 상담원, 상담팀장, 현장실장 등으로 업무를 분담했다.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출광고문자를 보내 대출희망자들에게 연락이 오면, 법인을 만들면 고액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법인개설 서류를 준비하도록 해 유령법인을 만들었다.
이들은 전화기를 개통할 때 통신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책상, 컴퓨터 등을 설치해 위장한 뒤 전화기가 설치되면 곧바로 수거했다.
수거된 전화기는 화물퀵서비스를 통해 제3의 장소에 가져가 물건을 내렸다 싣는 방법으로 여러 지역을 돌아 인천·평택항으로 배송해 추적을 피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2~3주 단위로 강씨가 지급하는 대포폰을 사용해 연락을 주고받은 뒤 폐기했다. 조직원이 검거되면 대포폰을 즉시 교체했다.
또 조직원들 사이에서도 철저히 가명을 사용해 자신들의 존재를 숨겼다.
이들은 대표번호 1개와 인터넷 070전화 5개 번호를 한 세트로 연결해 한 세트당 300만원에 팔아 1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강씨 등이 공급한 대포전화를 이용한 중국 조직의 범행으로 135명에게 10억원이 넘는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법인을 만들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속아 자신의 명의로 법인·사업자를 만든 채씨 등은 돈을 받지 못하고 공범으로 형사처벌 받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을 위해 법인·사업자를 내야 한다거나 거래실적을 만들기 위해 입금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전화금융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이 개설한 유령법인·사업자에 대한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각 통신사에 그 명의로 개통된 전화번호에 대해 직권해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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