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한별 기자] 프랑스 정부 지원으로 매년 12월 루브르박물관에서 ‘국립예술살롱전(Salon SNBA)’이 열리며, 현존하는 살롱전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 국립예술살롱전에 3년 전부터 계속 참가하며, 한국 전통배첩의 우수성을 널리 떨친 인물이 있다. 전통한지로 고서류를 복원하는 배첩 시연 및 전시에 세계인이 감탄한 ‘석주 안병목 배첩장’이다.
‘배첩’이란 글이나 그림 등 서화의 뒷면에 종이를 덧붙여 두루마리·족자·병풍·책·첩 등으로 만드는 작업이며, 그 기술이 뛰어난 장인을 배첩장이라고 한다.
안 배첩장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제102호) 배첩장 故김표영 선생’, ‘충청북도무형문화재(제7호) 기능보유자 홍종진 선생’을 사사하며 전통배첩 계승·발전에 40년간 헌신해왔다. 한마디로 우리 고유의 배첩 명맥을 잇는 문화예술인이다.
그에 따르면 전통배첩과 표구는 근원부터 엄연히 차이난다.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지만, 전통배첩은 우리나라 환경과 종이 재질 등의 특성 이해에 뿌리를 두고 전승된 기법이다. 반면 표구는 일본의 습한 기후 등에 맞춰 발전했고, 명칭도 일어인 효구(ひょうぐ, 表具)에서 유래됐다.
안 배첩장은 “2016년부터 프랑스국립예술협회 살롱전을 참가해보니 배첩 기술에 해외의 관심도가 높았다”며 “정작 국내에서 전통배첩의 가치와 중요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더불어 그는 “국내 중요 지류문화재들이 올바로 보존·전승되기 위해선 국가공인 자격의 배첩장에게 유지·보수·수리 등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 배첩장은 2014년 ‘대한민국 문화재청 문화재수리기능자격증’을 취득하고 ‘포은 정몽주 유적 보수·수리(영천, 2016)’, ‘조선 개국공신 정탁 영정 보수·수리(2017)’, ‘충무공 가보 보수·수리(아산 현충원, 2018)’, ‘추사 김정희 초상 보수·수리(2018)’ 등에도 적극 힘써왔다.
그러면서 ‘제12회 한국문화재기능인작품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상(2013)’, ‘문화재기능인대회 입상(2016)’, ‘문화재수리기능인협회 초대작가 출품(2018)’ 등의 성과를 거뒀다.
석주 안병목 배첩장은 “앞으로도 전통배첩 계승·발전, 문화재 보수·수리 등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며 “후진들에게 배첩 기술 전수, 체계적인 작업 공간 마련 등을 위한 전수관(파주)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배첩장으로서 전통배첩 연구·시연·전시 및 기술함양에 끊임없이 정진하며, 지류문화재 관리·보존·전승의 방향성을 선도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배첩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창달에 일획을 그어 나갈 것”이란 포부도 나타냈다.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이란 법고창신이 우리나라 문화경쟁력 강화의 화두가 된 현재, 안 배첩장의 남다른 ‘배첩·문화재 전승’ 열정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한편, 석주 안병목 배첩장은 전통 배첩(褙貼) 연구와 계승·발전에 헌신하고, 한국 배첩기술의 위상제고 및 세계화를 이끌며, 문화재 보존·수리와 전통문화예술 가치창달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19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인물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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