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3일 "대한민국의 가장 잔혹한 현대사에 속하는 제주4·3 일흔한 돌이고 삼가 4·3영령들의 명복을 빈다"면서 "심신의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생존 희생자 여러분, 가족을 잃은 통한을 견뎌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드리고 폐허와 절망을 딛고 평화로운 제주를 재건하신 도민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통해 "71년 전 그해 제주의 봄은 이념의 광기와 폭력에 짓밟혔다. 세계가 냉전으로 나뉘고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과정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참혹하게 희생되셨고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살해되셨다. 젖먹이, 임신부, 팔순의 노인까지 광기의 폭력을 피하지 못하셨다"면서 "7년 동안 제주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3만 여명이 목숨을 잃으셨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어 "목숨을 지킨 사람들께는 연좌제와 사회의 낙인이 옥죄었고 산 사람들은 살기 위해 그날의 기억을 억지로라도 가슴에 묻으려 했던 세월을 반세기나 사셨다"며 "그 반세기 동안 4·3이라는 말 자체가 제주뿐 아니라 뭍에서도 금기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인과 소설가와 화가들이 4‧3의 진실을 은폐와 왜곡의 늪에서 끄집어냈고 학생과 시민과 학자들이 탄압을 무릅쓰고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마침내 4·3을 가뒀던 빗장이 민주화와 함께 열렸다"며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4·3진상규명특별법과 제주4·3위원회가 만들어지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유해발굴이 시작됐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4년부터는 4·3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그리고 오늘은 처음으로 군과 경찰도 사과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에서 과거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갈등을 치유하는 데도 제주는 좋은 거울이 되고 있다.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하는 한 과거는 현재의 문제로 영원히 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제주가 가르쳐주셨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제주는 4·3의 비극과 용서와 화해를 세계에 전파하는 '세계 평화의 섬'으로 거듭났다"며 "올해 6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주4·3 유엔인권심포지엄'은 분쟁과 갈등을 겪는 세계의 모든 지역을 향해 제주의 4·3정신을 발신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는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완성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며칠 전에도 정부는 4·3 희생자 130명과 유족 4천951명을 추가 확인했고 희생자는 1만4천363명, 유족은 6만4천378명으로 공식적으로 늘었다"며 "제주도민 여러분께서 '이제 됐다'고 하실 때까지 4·3의 진실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해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 총리는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실종자를 확인하겠다"며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국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과 배·보상 등 입법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선 국회와 협의하고, 4·3평화재단 출연금도 늘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끝으로 "제주도민 여러분께 거듭 위로와 경의를 표한다"며 "저 또한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라는 개인적인 고백을 드립니다. 4·3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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