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균희 기자] 가정폭력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가 피해자뿐만 아니라 따로 사는 부모와 자녀의 주소도 추적할 수 없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민등록 열람제한 강화방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행안부는 내년 하반기까지 주민등록법과 시행령·시행규칙 등을 개정하기로 했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4만여 건의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한다.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의 76.9%는 부모로 80%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 가정폭력이 빈발하면서 주민등록 열람제한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신문고 민원은 최근 3년간 1만 6천여 건에 이른다.
주민등록표의 열람·교부 신청은 원칙적으로 본인이나 세대원이 할 수 있다. 다만, 가정폭력피해자의 경우 특정 가정폭력행위자를 지정해 ‘본인과 세대원’의 주민등록표를 열람하거나 교부받을 수 없도록 ‘열람제한신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주민등록 열람제한제도는 가정폭력피해자와 같은 주소에 주민등록한 세대원에 대해서만 신청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피해자와 따로 사는 부모나 자녀의 주소를 가해자가 확인할 수 있어 2차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가정폭력피해자는 보호시설에 입소할 때 여건상 자녀와 함께 생활할 수 없거나 생계유지를 위해 자녀를 친인척이나 지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행위자가 피해자와 주소가 다른 자녀나 부모의 주민등록지에 찾아와 ‘피해자가 있는 곳을 대라’고 위협하는 경우도 있어 지속적인 민원이 발생해 왔다.
권익위는 현재 ‘주민등록상 세대원에 대해서만’ 주민등록 열람제한을 신청하도록 한 것을 ‘주민등록 주소를 달리하는 부모나 자녀’로 확대했다.
또한 가정폭력행위자가 채권이나 채무 등 이해관계를 내세워 피해자의 주민등록을 열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정폭력행위자는 이해관계가 있어도 피해자의 주민등록 열람을 제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을 이유로 주민등록 열람제한 대상자로 등록된 사람이 미성년 자녀의 전입신고를 할 때 피해자인 다른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가정폭력행위자의 세대원으로 돼 있는 자녀를 다른 주소로 전입신고 할 때는 ‘전(前) 세대주의 동의’를 생략하고 주민등록 공무원의 사실조사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학대피해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 열람제한 신청 시 제출하는 서류에 ‘학대피해아동쉼터 입소 확인서’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사실확인서’도 인정하도록 했다.
권익위 양종삼 권익개선정책국장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주민등록 열람제한 제도가 보다 개선돼 가정폭력피해자의 2차 피해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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