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미국 최대 란제리 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이 '바비' 인형 모델 대신 축구영웅, 성 평등 운동가 등 다양한 모델을 기용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은 최근 새 모델진을 선보였다.
라인업은 총 7명으로, 축구 영웅부터 플러스 사이즈 모델까지 '7인 7색'이다. 축구 영웅이자 성 소수자 활동가인 메건 러피노, 중국계 미국인 스키선수 아일린 구,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 인도 배우 프리앙카 초프라 등이다.
2019년부터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로 활동했던 트렌스젠더와 성 평등 활동가 등도 포함됐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지금까지 '엔젤'로 불리는 바비인형 몸매의 슈퍼모델을 기용했었다. 지젤 번천, 하이디 클룸 등 최정상급 슈퍼모델이 출연해 화려한 날개를 달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패션쇼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미투 운동 등으로 여성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요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성이 원하는 게 아닌 남성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회사인 엘 브랜즈 창업자 레슬리 웩스너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사실과 사내 여성 멸시, 왕따 문제 등의 폭로가 나오면서 비난이 거세지자 혁신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도 배경 중 하나다.
미국 여성 속옷 시장 내 빅토리아 시크릿 점유율은 2015년 32%에서 지난해 21%로 떨어졌다. 그사이 경쟁 업체들은 '반(反) 빅토리아 시크릿'을 기조로 포용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전형적인 여성 신체에 맞는 제품을 내놨다.
모델진에 합류한 러피노는 "빅토리아 시크릿은 가부장적, 성차별적이었으며 남성 시각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하려 했다"며 "남성들이 원하는 ‘젊은 여자’를 겨냥했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사회적으로 매우 해로웠다"고 꼬집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번 변화를 계기로 여권 강화를 위한 '대변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마틴 워터스 빅토리아 시크릿 신임 대표는 "세계는 변하고 있는데 우린 너무 늦게 반응했다"며 "남성이 원하는 게 아닌 여성이 원하는 회사가 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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