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건설안전분야 유일 전문학술단체인 (사)한국건설안전학회(회장 안홍섭)은 3일 코엑스 회의장에서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기관, 기업, 협회, 협의회와 함께 제1차 건설안전혁신포럼을 개최했다.
건설안전 제도-정책의 혁신과제와 방향을 이야기하는 이 자리에서 안홍섭 회장은 ‘기존의 문제해결 접근방법으로는 근본적 개선을 이룰 수 없다’고 전제하고, 건설사고 방지의 패러다임으로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국회의원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인 심삼정 의원은 축사에서 안전비용의 현실화와 기후위기 대응으로 건설 없이 미래산업으로 변모할 것을 주문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이용수 부사장(한국종합안전)은 ‘건설안전실무의 이행 실태, 장애요인 및 해결방안’이라는 주제로 건설안전의 혁신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중대해처벌법도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최상의 의사결정권자인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을 바로 세워야 기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건설안전 제도 및 정 책의 한계와 극복 방안’이라는 주제로 주요 법령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세 번째 마무리 발제에 나선 안홍섭 회장은 건설안전의 혁신은 기존 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잘못된 믿음의 혁파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도급하면 책임까지 넘어간다 등 기존 접근방법의 근원적 오류들을 제기했다.
그는 기존의 건설사고방지를 위한 논의와 대책의 한계는 전제가 잘못된 상위 제도의 결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 있다고 했다.
건설사업 관련 법제는 건설사업의 소유자이자 최종 이익귀속 주체인 발주자/건축주를 배제한 채 제정되었으며, 이후 부실과 사고방지를 위해 제정된 건설기술진흥법이나 최근에 제정된 건축물관리법도 건축주가 관리주체를 선임하면 책임까지 전가되는 잘못된 전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
노동안전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도 제조공장용법으로 최종 하수급자인 전문건설 사업주가 일차적 대상으로 전부 개정에도 불구하고, 다수 이해당사자를 공정하게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주체가 잘못 설정되다 보니 발주자의 참모인 감리자가 해야 할 참모역할을 명칭까지 잘못된 안전관리자에게 맡김으로써 생산과 안전의 괴리를 가속화시켜 왔다고 했다.
건설사고는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실종된 사건’으로서 근본원인은 안전책무가 면제된 발주자의 공사수행 역량을 도외시한 최저가 낙찰제에 의한 저가과당입낙찰로 인한 만성적 공사비 부족과 이에 수반된 비리와 부조리에 있음은 누구나 일고 있는 일임에도 이러한 문제가 제도상 책임의 불공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전 관련 제도의 정교화 이전에 건설사업 의사결정의 상부구조부터 건설산업의 생리에 맞게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혁의 관건은 건설안전법제에서 이제까지 놓쳐왔던 핵심 개념을 바로잡는 것이며, 발주자의 안전책무와 안전전문가의 역할 등 건설안전관리체제의 합리화가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중 건설관련 제도는 제조업의 틀을 벗어나야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핵심은 안전의 선결 조건인 안전관리체제이나, 기존 건설안전법제에는 결정적인 책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중대해재처벌법의 취지인 도급‧용역‧위탁 시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기술진흥법 등 기존 법제 사이의 책임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조치는 ‘비용을 지불하는 자(발주자)의 주문만이 유효하다’이므로 외부점검 등 실효성이 미흡한 과도한 외부간섭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급사슬 관점에서 누구의 책임인가를 명확히 하면, 여타의 제도들은 제자리를 찾게 되고 실효성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절대 권한을 행사하는 발주자는 직접 또는 대리인(감리, 건설사업관리)을 통하여 깊숙히 개입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대다수 발주자가 건설에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도급하면 책임까지 넘어가는 것으로 착각해 발주자를 면책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안전의 선진국에서는 발주자에게 포괄적 책임을 부여하고 책임을 이행할 장치로 감리역할의 안전조정자 선임을 명시하고, 참모를 선임한다고 해서 책임까지 전가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국내 건설안전법제에서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은 탁월한 안전지표를 달성한 영국처럼 실종된 주어를 바로 잡아 발주자 주도의 책임체제를 확립하는 것으로서, 이로써 기존의 모든 제도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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