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저 어둠의 세계, 북조선의 현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북한인권 운동 전개’에 나선 한의사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100년한의원(일산점)’을 운영하는 한봉희 원장(한원채인권재단 이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함경북도 길주 출신의 한 원장은 인텔리 집안에서 1남2녀 중 차녀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기계설계·발명에 능통한 과학자였고, 어머니는 철도국 병원에서 내과의사로 근무했다.
특히 아버지인 ‘한원채’씨는 길주의 펄프공장에서 1급 설계원이자 당 세포 부서기(보위부 비밀요원)를 지냈다. 하지만 6·25전쟁 때 월남민 가족이라는 출신 성분의 멍에를 벗어날 수 없었다. 더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숱한 사람들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얼어 죽어도’ 관심 없는 북한체제에 환멸을 느꼈다.
결국 그의 가족은 1998년 두만강을 건너며 북한에서 탈출했다. 이후 2년여 동안 중국에 체류하면서 한국행을 시도했지만, 그 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급기야 한씨 부부는 2000년 9월, 중국 공안에게 붙잡혀 강제로 북송됐다. 심지어 그들은 모진 고문을 당해 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3남매는 무사했고, 2001년 8월에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런 우여곡절과 비극을 겪은 한봉희 원장이 한국사회에 정착한 지도 올해로 23년째다.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언니와 남동생, 남편과 3자녀 등 가족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남편도 함북 명천 출신의 탈북 한의사(서울 중구 100년한의원 정일경 원장)이고,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한 원장은 한의대를 졸업한 2011년부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100년한의원을 운영하며 ▲내과, 소아과, 부인과, 피부과, 사상체질, 교통사고 ▲당뇨, 치매, 비만(복부/부분/전신), 탈모, 여드름, 흉터, 미백, 한방미용성형, 금매선(얼굴/부인과질환/통증), 정안침 등 분야의 맞춤형 진료서비스 제공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일례로 그녀는 경희대학교 대학원 경락의과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과정도 졸업만 앞둔 상태다(8월 졸업예정). 그러면서 ▲‘알칼리 이온화 조성물 및 당뇨병 치료제’ 특허 등록 ▲<금침, 10년이 젊어진다>, <이명 한의학> 저서 편찬 등으로 한방기술과 학술 연구의 성과를 도출했다.
나아가 한봉희 원장은 아버지의 수기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1급 설계원·보위부 비밀요원의 자유·인권·민주주의 향한 여정)>을 펴내고, ‘한원채인권재단’ 설립과 ‘한원채인권상’의 시상 등으로 ‘북한인권 신장 및 통일운동 확산’에도 적극적이다.
한 원장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2020년 인권재단을 만들고, 북한인권 개선에 헌신한 운동가들을 발굴·시상해왔다”며 “비인도적이고 반인류적인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세상에 널리 알리며, 북한주민과 탈북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활동을 통일이 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00년한의원을 믿고 찾아오는 지역민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양·한방이 극과 극의 대치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하고 공존하며 환자의 치료율을 높이는 의료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한의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정립(正立)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100년한의원 한봉희 원장은 한의학 발전과 보건의료서비스 개선에 헌신하고, ‘북한인권’ 신장 및 ‘통일운동’ 확산을 도모하면서 탈북민의 한국사회 정착 지원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3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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