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수’ 박경하, “좋은 노래는 영원히 남는다”
류철현
| 2018-04-06 09:08:51
[시사투데이 류철현기자] 시를 노래하는 가수 박경하. 메시지가 없는 노래를 부르는 게 죽을 만큼 싫어 파고든 시노래를 시작한지 15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제1호 ‘시가수’로 꼽히며 마니아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2집 앨범 ‘사북늦봄’을 발표하며 콘서트를 개최해 시노래의 진수를 보여줘 많은 화제가 됐다. 박경하의 시노래는 시인들의 작품을 진심을 담아 가슴으로 노래,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한구절 한구절 잔잔하기도 하고 때론 격동적인 멜로디에 실린 박경하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 준다. 목소리에 오롯이 빠져들어 그가 노래로 전하는 시어가 마음속에 눈이 쌓이듯 채곡채곡 채워진다.
1천회가 넘는 공연을 하며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노래가수, 전국의 이름난 문학제나 각종 문화행사에서 0순위 초대손님으로 사랑 받고 있는 그의 음악인생을 들어보았다.
■ 가수가 된 계기
기억이 나는 때부터 노래를 정말 좋아했다.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불렀고 노래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가수를 꿈꿨고 1999년 아마추어 가수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 ‘시노래’를 하게 된 이유
커버 가수로 활동 하며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아무런 메시지가 없는 사랑하고 이별하는 노래들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결심을 하고 2003년 시노래 창작팀 활동을 시작했다.
메시지가 담겼고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찾다가 만난 것이 시노래다. 좋은 노래를 하고 싶었고 만들고 싶어 시노래 음반발표, 창작동요 지도 보급 등을 하며 시노래에 더욱 깊게 빠져들었다.
2014년 1집 앨범 ‘시린’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부터 콘서트 행사 방송 등 1000여 회의 공연을 이어가며 시노래를 들려드리고 있다.
사람이나 인기는 시한부다. 하지만 좋은 노래는 영원히 남는다. 대중의 마음과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노래가 시노래라고 생각한다.
■ 두 번째 앨범 소개
2014년 1집 ‘시린’이후 4년 만에 선보인 앨범이다. 내가 직접 쓴 시 ‘다시 사북에서’를 인트로로 총 14곡의 시를 수록했다.
사북 탄광촌의 기억들, 모두가 어렵던 그 시절의 아픔들을 담은 시들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마침내 밝고 환한 꽃망울로 피워 올리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어느 곡 하나 허투루 만든 것 없어 모두가 타이틀곡이고 대표곡이다. 사북 탄광촌의 예전 풍경과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기억이 담긴 임길택 시인의 시 ‘똥 누고 가는 새’, ‘막장-원제 :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도종환 시, 백창우 곡 ‘돌아가는 꽃’은 가수 김광석이 생전에 부르기로 한 곡이었으나 레코딩 직전에 비보가 전해지면서 중단된 사연이 있다. 류근 시인의 ‘폭설’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눈을 떠올리게 하는 등 시와 노래가 지닌 힘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강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앨범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수록된 시는 물론이고 황재형 화백이 사북의 이미지를 담은 37점의 작품을 선뜻 그려 주셨다. 또 정정호 선생님이 직접 앨범 타이틀과 노래 제목을 써주셨다. 이 많은 도움을 어떻게 갚아야할지 걱정이다.
■ 활동계획
공연을 통해 대중과 만날 계획이다. 문학제 등 다양한 행사 출연도 좋지만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콘서트를 열어 시노래를 알리고 싶다.
우선 5월 초 서울 공연에서 예고했던 사북 콘서트를 꼭 할 계획이다. 사북에는 5월에도 눈이 내린다. ‘사북늦봄’이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소도시를 중심으로 미니콘서트를 열어 전국의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닥친 스케줄로는 4월 6일 이산화 작가의 ‘한라산’ 복간을 기념해 열리는 북콘서트, 5월 5일 정선 인문학콘서트 게스트 출연 등이 예정돼 있다. 어떤 무대에서건 시노래의 진수를 들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꿈과 소망
앞으로 딱 10년만 시가수로 활동할 계획이다.
대중적인 인기도 좋지만 소외되고 외로운 이웃들을 위로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 지체장애나 발달장애를 지닌 장애우들과 만나면 공연 내내 그들이 내게 보내주는 사랑의 눈길을 받으며 행복을 느낀다.
꿈이라면 어른들을 위한 동요 앨범을 만들고 싶다. 순수하고 맑은 감성을 담아 어른들도 힐링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소망이라면 가수 활동을 마무리한 후 DJ를 해보고 싶다. 시노래가수를 시작하며 목소리와 발성이 시낭송을 하듯 변해 DJ를 하기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종종 들었다. 좋은 음악을 소개하고 차분하게 시를 낭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청취자들에게 힐링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노래 잘하고, 노래를 대하는 자세가 좋고, 사람이 좋은 가수’로 평가받고 있는 박경하. 대중적인 인지도보다는 좋은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전부라고 한다. ‘가수로서 예술을 지향하는 음악인의 자세를 지닌 아티스트‘인 그가 들려줄 시노래에 많은 이들이 귀 기우려 공감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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