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야봉 일대 구상나무 고사 기후변화 원인
홍선화
| 2018-05-11 16:12:22
[시사투데이 홍선화 기자]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에서 구상나무가 집단으로 고사한 원인이 겨울철 기온상승과 봄철 강수량 부족이 생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에서 고사한 구상나무 94그루의 원인파악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나이테 분석으로 과거 생육정보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고사한 구상나무 94그루는 1960년부터 생육부진이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89.4%인 84그루가 2000년 이후, 11.7%인 11그루가 2012년부터 고사했다. 나머지 29.8%인 28그루는 2013년 이후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고사한 구상나무 84그루의 평균 수명은 69년으로 최장 118년까지 산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2월 겨울철 기온상승과 3월 봄철 강우량 부족이 가뭄으로 이어져 구상나무 생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이 6년간 지리산 반야봉 일대 2월 평균기온을 측정한 결과 2012년 영하 9.1℃에서 지난해 영하 5.3℃로 연 평균 약 0.76℃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기온 상승이 겨울철 전반에 걸친 적설량 감소의 원인이 됐고 봄철에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공급되는 수분량이 부족해 구상나무 생육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3월 강우량도 2012년 137.5mm에서 지난해 22.5mm로 연 평균 약 23mm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우량 감소 영향으로 토양에 함유된 수분 역시 6년 사이 25.3%에서 8.8%로 약 16.5%p 줄었다.
공단 연구진은 “반야봉 일대의 강우량 부족이 토양건조로 이어져 5월 초부터 생육을 시작하는 구상나무 생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봄철 기온상승으로 구상나무 생육시기가 앞당겨지고 이른 봄 수분부족이 생육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아울러 일명 ‘크리스마스트리’로 불리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상록침엽수로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할 만큼 기후변화 영향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현재 지리산 반야봉 일대(1㎢)에는 1만5천여 그루의 구상나무가 있고 이중 45%인 6천7백여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리산 반야봉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아고산(亞高山)대 지역으로 저지대에 비해 기온 상승폭이 크다”며 “반야봉과 같이 1,500m 이상 높은 고도에서 주로 자생하는 구상나무는 기후변화로 열악해진 환경에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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