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 길 멈추지 마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은 꼭 찾아온다.’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에 쓰인 구절이다.
솔개의 삶처럼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축산 경영인으로 우뚝 선 ‘승희흑염소농장 권오중 대표’에게 딱 들어맞는 글귀다.
권 대표는 중장비 사업을 하다 IMF 격랑에 휩쓸리며 크나큰 시련과 고초를 겪었다. 그러던 2009년 우연히 지인의 농장을 방문한 그는 염소의 매력에 빠져 경북 예천의 밭 940평을 임차하고, 직접 축사를 지어 흑염소 40마리를 입식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흑염소의 폐사율이 높은지도 몰랐고, 잘 먹이면 잘 크는 줄만 알았다”는 그는 “3년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흑염소를 사육했지만 40마리도 채 남지 않았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후 권 대표는 전국의 유명한 흑염소 농장을 찾아 사육법을 배우고, 정보·지식을 습득하며, 자신만의 사육체계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염소농장의 성패는 새끼 염소 폐사율에 있다’는 신념으로 철저한 축사 위생관리와 직접 발효시킨 미생물을 어미 염소에게 공급하며 오늘날 ‘7% 미만의 염소 폐사율’로 사양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권 대표는 미강(쌀겨), 현미싸라기, 깻묵, 다시마 등을 섞어 염소들에게 공급하며 균형 잡힌 영양식으로 건강은 물론 사료비 절감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둬왔다. 물 하나도 허투루 먹이지 않는 그는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는 토복령과 운지버섯을 다려 먹이는 정성까지 쏟고 있다.
그 결과 권 대표가 키운 염소는 소위 ‘없어서 못 파는’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흑염소 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고, 최상의 육질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또한 염소의 일부는 ‘흑염소 엑기스’로 판매되는데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고 자부할 만큼 고객들의 신뢰가 두텁다.
자세히 살펴보면 2년 이상 충분히 비육한 염소고기와 십전대보탕의 기본 약재를 3시간 동안 압력솥에 끓인 다음 혈액순환을 돕는 대파, 마늘, 생강을 넣고 여기에 토복령, 홍삼, 상황버섯, 다슬기 등의 약재를 첨가해 꼬박 이틀을 달인 것이 특징이다.
흘린 땀방울만큼 권 대표는 연매출 5억 원의 성공한 축산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며, 농장규모와 사육두수(240마리)도 크게 확대됐다. 이처럼 재기에 성공한 뒤에도 그는 한결같고 부지런하다. 새벽부터 농장에 나가 염소들을 돌보고, 어려웠던 날들 만큼 검소함과 겸손함이 몸에 배었다.
여기에 그는 자신이 염소농장을 운영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잊지 않고 12년째 ‘예천군염소협회장’을 맡아 후배 축산인, 귀농·귀촌인, 흑염소 농가에 염소 사육 전반의 실질적인 지식, 기술, 핵심 노하우 등을 아낌없이 전수해왔다. 그래서인지 전국 각지에서 사육방법을 배우고자 벤치마킹, 견학, 강의요청도 쇄도한다.
권오중 대표는 “어떻게 해야 육질이 좋은지, 폐사율이 줄어드는지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염소하면 예천, 예천하면 염소’라고 할 정도의 우수한 염소를 사육해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염소 농가의 부흥에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인근에 3천 평 규모의 부지를 조성해 염소 생산과, 가공 유통, 식당, 체험장, 카페 등을 총망라한 ‘염소 테마농장’을 만드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작은 거인’이 삶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며, 권오중 대표가 만들어갈 유토피아가 기대된다.
한편, 승희흑염소농장 권오중 대표는 흑염소 사육의 전문성 제고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건강먹거리 공급에 헌신하고, ‘새끼 흑염소 폐사율 감축’을 이끌면서, 지속가능한 흑염소농장 모델 구축 및 예천군 염소산업의 경쟁력 강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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