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미국과의 협상 자체를 반대해온 이란 강경파 의원이 대미 협상단이 최고지도자 지침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무드 나바비안 의원은 2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비밀 서한을 확인했다며 협상단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바비안 의원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미국의 보상금 지급, 우라늄 농축 권한 유지, 대이란 제재 해제, 동결자산 반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적 통제 강화 등 11개 조건을 협상의 전제로 제시했다. 또한 미국이 보상금 지급에 동의할 경우에만 호르무즈 해협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침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월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첫 종전 협상과 관련해 하메네이가 협상단에 보낸 서한에서 "합의 내용이 당초 협상 원칙과 조건에서 벗어났다"며 협상 중단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단이 이러한 지침을 무시한 채 미국 측에 양보하며 협상을 계속 추진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나바비안 의원은 또 스위스에서 협상이 시작되기 전 ▲레바논 내 이스라엘군 철수 ▲이란 동결자산 해제 ▲해상 봉쇄 해제 ▲대이란 제재 일부 해제 등이 선행돼야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은 최고지도자의 명령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실무진이 왜 그 명령을 따르지 않았는지 알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스위스에서 미·이란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바비안 의원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자 방송 진행자는 인터뷰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이후 해당 인터뷰는 방송 아카이브에서 삭제됐으며, 방송사 고위 관계자 1명이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협상단 측 인사들이 정보 유출 경위를 조사할 것을 요구했으며, 협상단 대변인은 해당 주장을 "오래되고 왜곡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은 미국과의 협상을 둘러싼 이란 내부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도 최근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에서 협상 결과에 대해 견해차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일정 조건 아래 대통령의 판단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나바비안 의원이 언급한 비밀 서한이 여러 차례 작성된 지침 중 일부이거나, 최신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문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강경파가 주도하는 이란 의회 내에서는 미국과의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초강경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서방 언론은 이를 이란 내부 권력투쟁의 한 단면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사건이 이란 최고위층 내부의 갈등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하메네이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협상 과정에 훨씬 깊이 관여해 왔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전쟁 국면에서 하메네이의 실제 영향력을 두고는 군부에 권한이 일부 넘어갔다는 분석과 여전히 국가 핵심 정책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윤용 기자 koreapress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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