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전에는 라이브클럽이나 공연장에 가야 접할 수 있었던 인디음악을 이젠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 유튜브(you tube)나 공동체라디오 마포FM을 통해 들을 수 있게 됐다. 아이돌 중심의 지상파 방송에서는 듣기 힘들었던 록, 포크, 힙합, 일렉트로닉, 재즈,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취향에 따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인디음악은 전국에 많은 마니아를 두고 있다. 인디음악 마니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선 공연장을 찾거나 홍대 라이브클럽에 와서 들어야 했다. 인디음악제작자협의체인 서교음악자치회의 활동으로 이젠 좀 더 쉽게 다양한 장르의 인디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교음악자치회는 홍대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120여개 뮤지션이 소속되어 있는 40여개의 레이블들이 모여 조직한 인디음악제작자 협의체이다. 이들은 문화적으로 점점 영향력이 세지고 있는 인디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음악 레이블들 간에 교류와 소통을 추구하며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2008년에 결성됐다. 서교음악자치회 회장 최원민대표(뮤직커벨 레이블)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디음악을 노출시키는 등 “지금까지 물이 고여 있었다면 이젠 물을 퍼트리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며 서교음악자치회가 앞으로 해나갈 사업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인디음악은 거대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음악적인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는 음악가가 스스로 레이블을 세워 자신의 음반을 만들어 제도권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더 많은 음악적 자유를 누리며 하는 음악을 말한다.
우리나라 인디음악은 1995년~1997년 음악적 계보도 없이 갑자기 이단아처럼 자기음악을 들고 나타난 뮤지션들로부터 시작됐다. 서교음악자치회 고문인 김웅(드럭레코드)실장은 당시 홍대에 “락월드, 드럭이라는 라이브 클럽이 생기면서 인디씬이 시작되었다”며 당시에는 “펑크의 효시인 크라잉 넛과 모던 락의 효시인 델리 스파이스가 인기를 얻었다”고 했다. 하이테크닉 위주의 창법과 테크닉을 구사한 헤비메탈씬에서 벗어나 펑크, 얼터너티브라는 다소 단순한 코드로 쉽게 자작곡을 창작해 부르는 홍대씬이 시작된 것이다. 펑크라는 장르로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클럽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 하루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었던 라이브클럽에 200~300명씩 모여들다보니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클럽에 사람들이 꽉꽉 차면서 제모스, 프리버드, 스팽글 등의 클럽이 생겨났다. 그러면서 인디밴드가 늘어나고 더 다양한 장르의 인디음악이 형성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재즈클럽 에반스가 생기면서 클럽마다 스타일이 생기고 개성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공연하는 클럽들이 나타났다. 2009년 인디계의 서태지라 불리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인디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확산되고 인디뮤지션들의 팬층도 두터워졌다. 그러나 라이브클럽이 인디음악으로 문화적 지명도를 높여 놓자 댄스클럽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인디뮤지션은 600여개 이상의 팀이 활동하고 있다. 물론 그들 모두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뮤지션에 따라 음반 판매량도 50장에서부터 많게는 4만5천장까지 판매되는 팀도 있다.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도 5~6명에서부터 많게는 700여명까지 찾기도 한다. 대중에게도 인기가 높은 크라잉 넛의 공연에는 보통 1,500여명의 관객이 찾는다고 한다. 인디음악의 팬층은 20대 대학생부터 30대의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10대들도 공연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금씩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인디뮤지션들의 환경은 열악하다. 음악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잡을 갖고 있는 뮤지션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소속된 레이블들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디뮤지션과 레이블의 계약관계도 독특한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계약상 갑, 을 관계이거나 상, 하 관계를 유지하는 메이저 기획사(음반사)와 달리 이들은 파트너십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계약기간도 3년 계약부터 단발 계약까지 다양하다.
음악이 좋아 음악을 선택한 사람들. 주류 음악이 아닌 비주류 음악을 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씬을 만들어 낸 사람들. 이제 그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서교음악자치회 회장 최원민씨는 “서교음악자치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레이블들을 살찌우고 뮤지션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 이라며 2010년에는 새로운 채널을 마련하고 해외 교류를 통해 먼저 일본의 인디뮤지션과 서울과 도쿄에서 한 차례씩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또한 고문 김웅씨는 “지금은 이렇게 시작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씬의 다른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을 꿈꾼다”며 미래를 전망했다.
인디씬은 한마디로 다양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함께 가는 인디뮤지션들과 레이블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획일적이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알고 그 일을 하기 위해 과감하게 제도 밖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가 음악계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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