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공동체라디오는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제작과 운영에 참여하는 매체를 말한다. 기존의 라디오와 달리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좁은 지역 공동체에 10와트 미만의 소출력으로 동네 소식을 전하는 동네 방송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동체라디오는 1와트로 절대적으로 출력이 작다.
우리나라 공동체라디오는 2004년 11월 방송위원회가 전국 8개 시범사업자를 선정해 마포FM, 성서공동체FM, 관악공동체라디오, FM분당, 금강FM, 광주시민방송, 영주FM, 나주FM 등 8개공동체라디오가 동시에 개국했다. 이후 나주FM을 제외한 7개 공동체라디오가 2005년부터 4년여 동안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어 오다 2009년 8월 정규 사업자 승인을 받았다.
지역의 시시콜콜한 소식과 이야기부터 지자체 정보제공까지 주민들과 소통하며 지역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라디오공동체 마포FM을 통해 공동체라디오 현장의 소리를 담았다.
#. 방송 제작부터 운영까지 직접 주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풀뿌리방송
마포FM이 개국할 당시에는 방송위원회로부터 제작비 일부를 지원 받아 주민 100여명이 참여해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운영했다. 시범사업으로 4년 동안 끌어오다 방송위원회가 라디오 사업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저버리고 시범사업 종료 전에 공동체라디오의 지원을 중단했다. 마포FM의 운영은 현재 마포구청에서 10%정도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기부 및 후원금과 교육 사업을 통한 수익금, 회원들의 회비,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지원금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일정의 방송관련 교육 수료 후 제작에 참여하는데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라디오방송은 오전 6시 노년층을 대상으로 어르신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행복한 하루>를 시작으로 지역시사 프로그램 <송덕호의 쌈빡시사>, 아줌마들의 생생한 속내를 수다로 풀어낸 <랄랄라 아줌마>, 마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톡톡마포>, 레게음악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편성돼 있다. 최근 새롭게 편성한 <게릴라디오>는 인디음악 뮤지션들이 제작하고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전국적으로 뜨거운 반응과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게릴라디오 방송장면>
방송 프로그램은 편성 회의를 통해 기획되기도 하고 외부 제안서를 받아 논의를 거쳐 제작되는데 누구든 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프로그램 제안 및 참여가 가능하다.
공동체라디오 방송은 기존 방송에서 다루지 않는 지역 주민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사회적 소수자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이웃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새로운 지역 공동체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 마포FM, 주민을 위한 주민의 방송이 되다
마포FM은 이웃과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주민들도 지역의 불편사항이나 애로사항, 심지어 주변 교통상황까지 제보해 온다. 어떤 주민의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어 위험하다”는 제보가 방송 된 후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생겼고, 기사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주차단속 때문에 기사들이 차를 대지 못해 영업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이야기가 방송되자 주차 문제가 개선됐다고 한다. 지난해 말 아현 뉴타운 3구역이 철거되고 형편 때문에 미처 이주하지 못한 세입자 두 가구가 고립된 일이 있었다. 아현동 고개 정상에 위치한 곳에 살던 세입자들에게 조합원들이 길을 파헤치고 바위를 갖다 쌓아 놓는 등 아예 세입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길을 막아버린 일이 있었다. 그렇게 세상과 고립된 채 지내던 세입자들은 청와대는 물론 구청 등 여러 곳에 진정서를 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마포FM에 제보를 하게 되고 방송이 나간 후 그들이 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줬다고 하니 방송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마포FM의 송덕호본부장은 공동체라디오의 목적은 “방송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목소를 잘 담아내는 것”이라며 “기존 방송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지역주민과 밀착 돼서 하다 보니 가능한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방송을 통해 주민들의 불편사항이 개선되고 안타까운 사연이 좋은 쪽으로 해결 되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사명감과 책임감도 더 커진다고 했다.
공동체라디오는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고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생활공동체에 기여하고 마포의 성장과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만큼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게 송덕호본부장의 바램이다. 또한 마포FM이 현재는 재정적으로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 많은 지역방송이 생겨나고 타 지역이 마포FM을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공동체라디오는 문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목적을 보면 “국민들이 보다 풍요로운 방송통신융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출범한 기구로 설명되어 있다. 또한 “조화로운 공동체 형성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돌릴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과연 설립 목적에 맞게 국민 모두가 방송 혜택을 누리고 있고 방송을 통한 조화로운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KBS, MBC와 같은 지상파 방송국은 10kw의 공중선 전력을 사용하며 CBS나 교통방송국의 경우 5~10kw를 사용한다. 그에 비해 공동체라디오는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지역주민의 생활과 공익을 위한 지역밀착형 방송국임에도 1w로 관내에서도 때론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는 등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공동체라디오를 산업이 아닌 복지 차원에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제 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진화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즐기고 있다. 공동체라디오만 해도 주민들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참여하면서 공동체라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작은 움직임에 주목하고 지원하는 정부가 성숙한 문화정책을 만들어 내고 성숙한 문화를 창조하는 국가를 만들어 내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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