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The Sky W FC 축구봉사단' 창단
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우수한 성적에 이어 7월13부터 8월1일까지 진행 된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선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20세이하)이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대한민국 여자 축구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남아공월드컵이 끝나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축구에서 멀어질 즈음 전해진 낭보는 대중의 관심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이어 ‘지메시’라는 별명을 얻은 지소연선수, 얼짱 골키퍼 문소리선수 등은 매스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여자로써 축구를 하기까지 어려움과 견뎌야 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풀어냈다. 그녀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지원해준 부모님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을 전했다.
요즘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빨리 망하려면 사업을 하고 천천히 망하려면 아이에게 운동을 시켜라’ 그냥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라지만 우리 사회 현실을 제대로 꼬집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운동을 시키는데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재능이 있어 운동을 시키고 싶어도 이제는 돈이 없으면 시킬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뭉쳤다. 전직 승무원 출신 여성들이 대한민국 아줌마 파워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The Sky W FC’ 축구봉사단 창단식이 있었다. 하늘을 누비며 승객들의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던 승무원들이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게 됐다. 이들은 대한항공 퇴직 승무원 모임을 꾸준히 하던 중 뜻이 맞는 선후배가 모여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축구단을 창단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The Sky W FC’ 축구봉사단은 단순히 여자축구동호회가 아니다. 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축구를 통해 봉사를 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이들은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의 주부들로 전업주부,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주부 등 15명의 회원과 명예회원으로 구성됐다.
전직 승무원이었던 조순희씨가 2002년 한일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 근무하면서 축구에 대해 알게 되고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 3년 전 퇴직승무원 모임에서 축구단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동료들의 반응은 다른 운동도 많은데 하필 축구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조순희씨는 여승무원 동호회 친한 친구들한테 먼저 취지를 전하면서 “어렵지 않더라. 보기만 하지 말고 직접해보자 우리가 축구를 통해서 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3년 전부터 준비했던 창단식이 이러저러한 상황에 부딪혀 미뤄졌다가 올해 U-20여자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의 활약을 보고 창단식을 결행했다.
❍ 골프 보다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구가 더 좋아!
축구봉사단 총무를 맡은 이지미씨는 “여러 운동이 있고 사실 우리 나이쯤 되면 골프 모임도 많다. 그런데 골프는 가족 단위로 갈 수 없고 축구나 야구는 가족 단위로도 가서 함께 할 수 있으니까. 건강도 다지고 단순히 건강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에게도 뭔가 후원을 해주고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시작했다”며 축구봉사단 창단 목적을 밝혔다.
총무 이지미씨는 승무원에 대한 일반인들이 갖는 이미지는 왠지 승무원들이 고급스럽고 좋은 것만 할 것 같다고 여기는데 스스로 그런 편견을 깨고자 했다고 한다. 몸으로 뛰고 부딪히고 거칠지만 그런 축구를 승무원 출신의 여자들이 한다면 여자축구에 대한 이미지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국여자축구단 꿈나무 후원을 위한 봉사
이들은 축구를 통해 단순히 친목과 건강을 챙기는 것이 아닌 유소년 축구단을 적극적으로 후원할 생각이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후원회를 유치하고 후원금을 모아 년 1회 연말 한국여자축구단 꿈나무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과 축구용품을 전달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또한 방학 때는 산간 오지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가 학용품 전달이라든지 전직 승무원이었기에 영어지도도 가능해서 숙박을 하면서 영어교육을 하는 등 봉사활동 영역을 넓혀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행사하고 싶지 않고 겪어 보고 그 아이들한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지원할 생각이다”
이들은 봉사를 단순히 장학금을 지원하고 용품을 후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십분 발휘하려고 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함께 어울리고 생활하면서 실질적인 봉사를 하고자 한다. 이것이 겉으로 보여 지는 봉사가 아닌 몸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참된 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보는 축구에서 하는 축구로! 주1회 훈련
이들은 그동안 축구를 보는 것으로 만족했는데 이제 직접 하면서 축구의 재미를 느껴갈 참이다. 자매결연 맺은 로열축구단(전, 축구선수출신 모임)의 박종순 코치한테 주 1회 코칭을 받기로 했다.
“창단식때 처음 공 만지신 분도 있는데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되는지도 모르고... 축구를 꾸준히 하는 게 먼전데 시작이 미미하다. 1주일에 2번은 해야 된다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 주 1회로 주중 오전에 모여서 하기로 했다”
각오가 대단했다. 공을 처음 만져본 단원도 있고 대부분이 축구는 해보지도 않았지만 직접 운동장에서 뛰어보니 재미도 있고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코치를 맡게 된 박종순코치의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것을 보고 운동장에서 뛰다 얼굴이 타며 어쩌나 걱정스러울만도 한데 썬블록을 열심히 바르면 되지 않겠냐며 밝게 웃었다.
이들 ‘The Sky W FC' 축구봉사단은 직업적인 타이틀을 내세워 시작했지만 꾸준히 해서 홍보가 되고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신다면 정말 축구를 하고 싶은데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못하는 재능 있는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가정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이 많다. 자신의 자녀와 가정을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가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나눔을 실천하려는 마음이 아름다운 외모보다 더 돋보인다.
벌써부터 이들을 후원하는 분들이 많다. 이번 ‘The Sky W FC'의 엠블럼을 직접 디자인해준 붉은 악마의 상징 치우천황을 디자인한 장부다씨를 비롯 2007. 미스코리아 선 출신으로제22회 미스월드유니버시티 지(知)를 수상한 조은주씨가 명예홍보대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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