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격투기는 어려서부터 동경의 대상"
KBS2 TV 개그콘서트 ‘나쁜남자’, ‘짐승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매주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 개그맨 이승윤, 그는 데뷔 초 ‘헬스보이’로 몸짱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12주 만에 91kg의 몸무게를 75kg까지 감량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또한 ‘근육개그’라는 새로운 개그를 선보여 몸 개그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런 그가 오래 전부터 꿈꾸었던 종합격투기 무대에 올랐다. 지난 10월 23일 서울 로드 FC 대회에서 종합격투기 데뷔 무대를 가진 이승윤은 가족과 동료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과격하고 위험한 종합격투기에 도전했다.
처음 그가 격투기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왜 하필 위험한 격투기를 하느냐며 걱정하셨고 동료들의 “왜?” 라는 한 마디는 그의 무모한 도전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동경했던 종합격투기 무대에 설 기회가 왔을 때 그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주변의 왜곡된 시선도 오해도 그는 괘념치 않았다. 그는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원래 싫고 좋은 게 분명하고 한 번 결정한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추진하는 성격이 그의 목표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로드FC의 정문홍 대표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승윤을 진정한 남자라고 평했다. 이승윤도 자신의 성격에 대해 “어떤 일이든 하면 하는 거고, 안하면 안하고 그런 편이다”며 스스로를 단순한 편이라고 말했다. 어정쩡한 중간이 없고 일을 할 때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이해득실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가 아닌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 단순함이 오히려 좋고 싫은 게 분명한 남자로 보이게 했다.
“사람들은 격투기를 하면서 제가 주위에서 돈을 받고 그로 인해 내가 뭘 얻기 때문에 한다고 추측을 많이 하는데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난 단지 어려서부터 격투기를 동경해 왔고 내가 링 위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었는데 그것이 실현될 기회가 와서 한 것 뿐이다”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가 로드FC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인터뷰 요청과 방송 섭외가 쇄도했다. 그러나 그는 매체의 그런 관심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가 좋아 하는 일이고 진지하게 시작한 도전이기에 방송이 들어오고 카메라가 들어오면 온전히 격투기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 거절도 했다. 방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조용히 촬영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겨우 한 방송국의 휴먼다큐 프로 섭외에 응했다. 다행히도 그가 훈련하고 대회를 치르는 동안 그 방송팀은 언제 찍어갔는지도 모르게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갔다.
훈련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KBS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에 출현해 유명해진 파이터 서두원과의 친분으로 격투기 훈련 과정을 많이 보아왔던 그도 막상 직접 해보니 다른 선수들이 대단해 보였다. 훈련하면서 코피가 터지는 건 기본이고 스파링 훈련 중 기절도 했다. 체중 10kg 감량까지. 자기와의 싸움이 더 치열해졌다.
대회 출전까지 두 달 남짓, 개그맨이라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단기간에 기술을 익히고 몸을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건 당연했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격투기 훈련과 오후에는 방송국에 출근해 개그 아이디어 회의와 방송 녹화를 하고 퇴근 후엔 체력훈련을 계속했다. 주말에는 소속 체육관이 위치한 원주에 머물며 스파링 훈련과 치악산 등반, 달리기 등 계속 되는 훈련을 마친 후에는 또 행사무대에 올라 공연을 계속했다.
그는 개그맨이라는 이유로 격투기 훈련을 게을리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격투기 한다고 개그를 대충 한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했다. 본업이 개그맨이기에 자신의 일을 다른 일 때문에 소홀히 한다는 것은 그에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운동은 습관이 되어 있었기에 개그와 격투기 훈련을 병행한다는 것이 그리 부담은 되지 않았다.
운동은 그의 인생을 달라지게 했다. 대학시절 운동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운동을 좋아하게 됐고 졸업 후 개그맨이 되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다 보니 체중이 많이 늘었다. 그러던 중 예전 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고 ‘헬스보이’ 코너를 하면서 체중 감량과 더불어 자신의 목표를 이뤘다. 운동은 그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줬고 정신적으로도 강해지게 했다. 그 후 운동은 습관처럼 자연스런 일상이 되었다.
“내가 운동을 지배해야지 운동이 나를 지배하면 안 된다. 운동은 건강해지려고 하는 거니까”
한때 그는 강박증 때문에 운동을 했다고 한다. 새벽에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갈 때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도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나서야 지방에 내려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어느 날 즐겁게 시작했던 운동이 자신이 지배하는 느낌을 받게 됐다. 내가 운동을 하는 건데 운동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운동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운동에 대해 좀 여유롭게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몸이 힘들면 오늘은 쉬자. 내일도 있지 않은가, 생각하니 여유가 생겼다.
그는 주변에서 복근을 얻기 위해 미친 듯이 운동하다가 어느 순간 풀어지면 안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그렇게 외형적인 것만 추구하면서 하는 운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운동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몸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무엇보다 운동은 몸짱이 아닌 건강을 위해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그는 개그를 열심히 짜야 한다. 새로운 코너때문에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할 일이 주어지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어서 이제가지 연애도 제대로 못했다는 그는 개그 코너 ‘나쁜 남자’의 이미지와 달리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못 보고 슬픈 노래를 들으면 눈물을 흘리는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다.
일을 할 때는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즐긴다는 그는 목표를 세우고 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목표라고 한다.
지난 여름엔 직접 운동을 하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운동지침서 <웰컴 투 식스팩> 이라는 책을 펴내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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