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뮤지컬 '돈키호테' 제작되면 출연하고 싶어...
뮤지컬계 스타로 불리는 배우 서범석은 데뷔 17년차로 뮤지컬계의 중견 배우이다. 뮤지컬 서편제, 남한산성, 모차르트, 파이란, 여보 고마워, 지하철 1호선, 명성왕후 등 수많은 뮤지컬에 출연했고 이미 내년 스케줄까지 꽉 짜여 있는 가장 바쁜 배우이다. 최근 뮤지컬 서편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2월,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삼총사의 아토스역을 맡아 곧 바로 연습에 들어간 그를 충무아트홀에서 만나봤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까지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써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더 치열하게 연습하는 베테랑 연기자 서범의 뮤지컬 인생을 들어봤다.
미래를 건 선택
뮤지컬 배우 서범석은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꾸지 않았다. 정보화 시대가 올 거라는 것을 직감하고 전공도 산업정보학을 선택했다. 중앙대 입학 후 중앙극예술연구회 8기로 활동하면서 연극에 심취하게 된 것이 지금 그가 뮤지컬배우가 된 계기가 되었다. 극예술회에서 1년 동안 연극을 하다가 더 큰 무대의 연극을 접하고 싶어 당시 실험극단의 워크숍 단원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그는 워크숍 공연을 통해 연극에 대해 폭넓은 공부를 하게 되고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를 공연하면서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그 후 오셀로 공연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하는데 행정병으로 우편물과 신문 수발을 드는 일을 담당하게 되고 신문을 수발을 하면서 연극 관련 기사만 있으면 스크랩 했다. 제대할 무렵엔 뮤지컬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는데 당시만 해도 뮤지컬에 대한 개념은 없었지만 뮤지컬이 급부상할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한국아카데미에 들어가 재즈댄스, 발레 현대무용, 노래, 연기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았다.
전천후 연기자를 꿈꾸다
그가 뮤지컬을 하게 된 동기는 모든 것을 아울를 수 있는 전천후 연기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한 분야의 배우가 아니라 뮤지컬을 하면 전체를 다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뮤지컬을 하다보니 다른 장르의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 사이 드라마 장길산에도 출연했었고 영화 출연도 해 봤는데 정작 뮤지컬 스케줄이 빡빡하게 짜여 있어 다른 장르의 연기를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남경읍을 흉내내고 서상권을 만나 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다
그가 처음 뮤지컬로 데뷔하면서 만난 사람은 남경읍선생이었다. 지금은 뮤지컬배우 양성에 힘을 쏟고 있지만 당시 남경읍은 누구보다 준비를 철저히 하는 뮤지컬배우였다. 연습을 할 때에도 항상 1시간 전에 와서 연습하고 다들 들어간 후에도 남아 있던 사람이 남경읍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남경읍을 흉내 내기에 돌입했다.
앙상블을 하던 시절, 그는 춤 연습을 주로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노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른이 넘어갈 즈음 나는 왜 주인공을 못하고 있지 고민하던 순간에 노래를 해야 된다는 걸 깨달았는데 그때 서상권선생을 만나면서 뮤지컬 노래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몰입...노래에 미친 사람처럼
노래를 해야 주인공을 하겠구나 생각한 그는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주2회 레슨을 받고 하루 혼자 연습하는 시간만 꼬박 9시간이었다. 다행히 명성황후라는 작품이 전부 노래여서 레슨을 받은 대로 자기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다. 중고차를 사서 오가는 시간에도 무조건 노래를 불렀고 지하철을 타면 열차 칸 사이 연결부에서 발성 연습과 노래를 계속했다. 마치 노래에 미친 사람처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그리고 배역
그동안 수많은 뮤지컬 무대에 섰지만 뮤지컬 블루사이공은 그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처음으로 타이트롤을 맡아 김문석역을 연기했는데 블루사이공은 문학성이나 예술성에 있어 뛰어난 작품일 뿐만 아니라 연출을 맡았던 김정수선생은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모토가 되는 분이었다. 지금도 그는 블루사이공만큼 뛰어난 창작뮤지컬은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뮤지컬 블루사이공이 다시 무대에 오르길 기대해본다.
우리 뮤지컬의 현재
해마다 많은 뮤지컬이 제작되고 뮤지컬을 보기 위해 찾아드는 관객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뮤지컬계의 현실은 수입 뮤지컬에 의존도가 높고 창작뮤지컬은 부족한 현실이다. 꾸준히 창작뮤지컬을 제작하고는 있지만 뮤지컬 선진국인 영국이나 미국, 체코, 오스트리아 등 그들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텍스트가 탄탄한 작품이 우선인데 전문적인 뮤지컬 대본을 집필하는 극작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시나리오를 쓰려는 작가 지망생은 많은데 연극이나 뮤지컬을 쓰려는 극작가는 수적으로도 한참 부족한 상태다. 작가 지망생이 극작을 하도록 유도하려면 그만큼 집필료가 보장이 되는 것이 우선이겠다. 또한 좋은 뮤지컬 곡을 만들 작곡가 양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 두 부분이 확충이 되고 기술력과 자본이 투입된다면 수준 높은 창작 뮤지컬은 분명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직까지 국내 창작뮤지컬은 공부하는 단계라고 본다.
연기, 최종 목표가 되다
그는 이제 연기에 좀 더 몰입하고 싶다. 그의 연기 인생 중 노래로 감정 표현하는 것은 많이 한 것 같고 이젠 말로, 그가 가진 정서로 표현하는 것을 더 연구하고 싶다.무엇보다 뮤지컬계는 조로현상이 있어 타 장르에 비해 생명력이 짧은 편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도전해 볼 생각이다.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전천후 연기자였던 것처럼 연기는 그의 최종 목표다.
데뷔 17년이나 된 배우가 이제야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자유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연기 할 때는 노래할 때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배우 서범석. 그는 아직도 못해본 작품이 있다는데 뮤지컬 돈키호테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은 미친 듯이 몰입해 빠져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아는 배우 서범석은 오늘도 뮤지컬 무대에 서기 위해 맹훈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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