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 셋 혜화의 지난 겨울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영화 <혜화, 동>은 혜화라는 주인공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영화이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2010)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민용근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영화진흥위원회와 <워낭소리>의 이충렬감독, 고영재PD의 투자와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톱스타를 내세우고 자극적인 소재와 잔혹한 폭력성, 화려한 볼거리를 바탕으로 관객몰이에 열을 올린 수많은 영화가 엉성한 스토리, 비슷비슷한 소재로 관객에게 외면당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그런가하면 많은 영화, 드라마, 다큐에서 다뤄져 식상해진 소재를 갖고도 세밀한 연출력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관객에게 묵직한 감동과 따스함을 전해주는 영화가 있다. 바로 <혜화, 동>이 그런 영화이다.
방송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축적된 민용근 감독의 다양한 경험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혜화, 동>은 청소년의 풋사랑, 미혼모, 유기견과 같은 일상적이고 사회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캐릭터와 구성에서 기존의 멜로영화나 성장영화와는 차별 된 전개와 반전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그런가하면 주연배우 유다인과 유인석은 신인배우로 아직은 대중에게 낯설지만 신인답지 않은 자연스런 연기로 극에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이 영화를 통해 혜화역을 맡은 유다인은 섬세한 표정연기와 안정된 연기로 2010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배우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열 여덟 살 고등학생 혜화와 한수가 서로 사랑해 아이를 갖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한수가 홀연히 떠나면서 상처 받은 혜화와 한수의 이야기이다. 혜화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부모님의 강요로 작별인사도 없이 혜화를 떠난 한수. 그리고 5년이 지난 어느 날, 동물병원에서 일하며 유기견을 돌보고 혼자 된 수의사의 어린 아들을 자신의 아이처럼 다정다감하게 대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혜화 앞에 갑자기 한수가 나타난다.
한수는 죽은 줄 알았던 자신들의 아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혜화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든다.
20대 청춘의 상처와 치유과정을 섬세한 연기와 연출로 완성한 영화 <혜화, 동>은 2월 17일 개봉해 현재 전국 24개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 영화에 투자한 독립영화 제작자 고영재PD는 영화 관람으로 얻어지는 수익금 전액을 독립영화단체와 유기견을 돕는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기로 해 훈훈한 감동을 더해준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자동으로 독립영화 환경개선과 유기견을 돕는 기부자가 되는 셈인데 좋은 영화도 감상하고 의미 있는 기부도 하는 격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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