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준 기자] 자연의 아름다움이 사람의 기획으로 만들어 졌다면 보는 이에게 그토록 오랜 시간을 감탄하게 만들고 후손에게 전해주고자 노력을 할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모든 이에게 경이로운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새로운 자아를 찾는 작가, 최종희(41) 작가의 얘기다. 최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조소를 전공한 석학이면서 설치미술의 대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반적인 붓과 유화를 통해 화폭에 채색을 하고 그것으로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설치미술이란 장을 통해 움직임과 소리, 화면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오는 16일까지 최종희 만의 솔로展인‘우연한 발견’을 춘천미술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협회 춘천지부와 춘천시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신진작가의 선발과 성장발판을 마련해주고자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작가에게 마련해 주는 장이다. 최 작가는“우연한 발견은 현재 지각하는 시․공간 속에서 우연하게 발견할 수 있는 어떠한 순간에서 시작되며, 그것은 과거의 어떠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공간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길을 가다 바라본 오래된 자전거, 먼지가 쌓인 그 자전거는 나의 발길을 붙잡았고, 오래전의 기억을 되살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앞마당에 널려 있는 빨래들, 아버지가 태워주시던 자전거 등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뒤늦게 그때 그 이유를 알게 된다고 전하며 회상하는 최 작가.
그래서 일까 이번 전시는 들어가는 순간 미술관에서 보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은 콧속으로 지나간 어머니의 향기에 취하게 만든다. 어머니는 자녀들의 속옷을 삶을 때, 작은 석유풍로 위에 양은솥을 올려놓고 삶는 향기.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올 때 이 향기는 어머니가 무엇을 하고 계신지를 알게 해준다.
전시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 눈에 보이는 것은 빨래 줄에 걸려있는 하얀 천이 너풀거리고 있다. 그리곤 나지막한 구석에서 보일까 말까하는 자전거 한 대, 그것은 지난 아버지의 소박함을 대신한다. 최 작가는 아버지가 운전하시면 뒤에 타, 아버지의 허리를 감싸고 그 등에 기대어 포근함을 느끼고, 동시에 세상의 두려움이 모두 사라짐을 회상했다.
또 다른 공간은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느낀, 느낌과 모기장 속에서 온 식구가 나란히 잠든 모습을 연출했고, 그의 설치미술은 미술관보다는 과학관에 잘 어울릴 것 같으면서 또 다른 미술관의 하모니가 이루는 전시 공간도 마련됐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사건이 결론에 도달했을 때, 뒤돌아보면 과거의 바로 그 순간이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과거로 다시 거슬러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 할 것이며,‘나는 왜! 그때 알지 못했을까?’라는 여운만 남길 것이다.
최종희 작가는“예술은 공간 그리고 시간 및 색과 소리와 같은 근본적인 요소들을 실험하고, 재해석하고 검토함으로서 사회와 삶의 중요한 어떤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실천이다”며“문화적 실천으로서 나의 주된 관심은 세계를 인식하는 우리의 지각을 연구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재평가하고 관객들에게 시공간적 질문을 던지면서, 전시를 관람하는 각자의 ‘우연한 발견'을 통해 어디론가 떠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