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전해원 기자] 전라북도 부안군은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변산반도에 자리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수려한 자연을 따라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변산반도를 찾는다. 그곳에 새로운 명소가 만들어졌다. 두 발로 변산반도를 기억케 하는 변산 마실길이다. 총길이가 66km나 되는 변산 마실길은 4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항까지 이어지는 1구간(18km, 6시간20분 소요), 격포항에서 모항갯벌체험장까지 이어지는 2구간(14km, 4시간 소요), 모항갯벌체험장에서 곰소염전까지 이어지는 3구간(23km, 8시간 소요), 곰소염전에서 줄포자연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4구간(11km, 4시간 소요)이다.
하나의 구간은 대략 2~3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총 8개의 코스로 코스의 시작과 끝 지점은 버스가 다니는 큰 길과 이어지므로 저마다의 체력을 고려해 걸을 수 있다.
국립공원지역답게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길을 만든 것도 장점이다. 처음부터 사용하다 방치된 길을 되찾아 만들었고, 숲에서 간벌해 버려지는 나무를 가져와 푯말을 만들고 길을 보수하는 재료로 사용했다. 이러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덕에 걷기여행자들이 손꼽는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부안군은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현재의 변산 마실길 이외에 변산반도의 속살을 보여줄 수 있는 내륙길도 만들고 있다. 2012년에 완성될 내륙길은 바닷길에서 출발해 내륙의 명소를 돌아보고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순환연결형 코스와 내륙의 산을 넘어가는 등반형 코스다. 이 길이 완성되면 변산 마실길의 총 길이는 약 200km에 달한다.
변산 마실길 중 가장 오래된 길은 1구간이다. 2009년 가을에 만들어진 1구간의 시작점은 새만금전시관. 자동차를 가지고 왔다면 새만금전시관 주차장에 세워두고 출발하면 된다. 길은 전시관 입구 옆, 바닷가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시작된다.
1구간 1코스 시작점이라는 표지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바다가 손에 잡힐 듯한 바닷길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다른 해변과 달리 이곳의 모래는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아 걷기도 좋다.
하지만 밀물 때는 바닷물이 가득 차올라 이 길을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바닷길을 걸을 예정이라면 출발하기 전, 반드시 물때를 알아봐야한다. 밀물 때는 시작점에서는 물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 걷다보면 길이 물에 잠겨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물길이 된다.
부안사람들은 바닷길을 걷기 좋은 시간은 바닷물이 가장 멀리 나가있는 저조점을 기준으로 앞뒤 한 시간씩이라고 말한다. 이미 바다에 물이 가득 찬 시간에 도착했다면 시작점에서 왼쪽 언덕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새만금방조제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마실길>
바다 물결이 새겨진 변산반도의 속살을 만나고 합구 솔숲으로 올라오면 길은 대항리 패총을 지나 1구간 2코스의 시작점인 송포 포구로 이어진다. 송포 포구에서부터 사망(士望)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옛 초소길이다. 초소길로 올라서면 이곳이 해안을 경계하던 군인들이 사용하던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 처음 알 수 있는 것은 해안을 따라 둘러있는 철책이다. 길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고. 철책을 지나면 눈높이로 파 내려간 흙길을 만난다. 병사들이 이 길을 오가며 해안을 경계했을 당시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곳에서부터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꽃길이 시작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사화이다. 9월 초순이면 노란색 토종 상사화가 1km가 넘는 길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피어나는 것. ‘선비들이 조정에서 불러줄 날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사망(士望)마을에 피어나는 상사화라서인지 더욱 애틋한 마음이 담긴 듯하다.
상사화가 진 자리에 피어난 것은 가을의 꽃이라 불리는 코스모스이다.
1구간 2코스가 끝나갈 쯤 고사포해수욕장에 닿는다. 솔숲이 아름다운 이곳은 갯벌체험장으로도 이름난 곳이다. 광장의 상점에서 호미를 빌려 바다로 나가면 그저 모래를 뒤집는 것만으로도 금방 한바구니 가득 조개를 캘 수 있다니 잠시 머물며 조개잡이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구간 3코스는 기암절벽과 코스모스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사자가 바다를 응시하며 앉아있는 듯한 적벽강과 수 만권의 책이 쌓인 듯한 채석강을 잇는 이 길에 코스모스 명소인 수성당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언덕 가득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이곳에서 얼마 전까지 드라마 <근초고왕>이 촬영되었다고 한다.
변산 마실길의 즐거움은 걷는 길 곳곳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사극촬영지로 이름난 부안영상테마파크, 조각과 자연의 어우러짐이 아름다운 금구원조각전시관,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소금과 해산물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다양한 젓갈을 만날 수 있는 곰소염전, 부안 청자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부안청자박물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내소사, 개암사 등 변산반도가 품고 있는 고즈넉한 사찰들이 잇어 가을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외 부안여행을 마무리하기 전 들러보아야 할 공간이 있다. 부안나들목을 나와 멀지않은 곳에 자리한 신석정생가와 2011년 10월 말에 개관하는 석정문학관이다. 부안읍 선은리에 자리한 이곳은 부안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신석정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부안의 자연이 키워낸 시인의 석정문학관이 있는 선은리는 ‘선비들이 머무는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마을이다. 이곳에 조선 말기에 이주해온 전주 이씨들의 공간이 있다. 한옥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갑수고택과 그 형제들의 집이다. 현대의 건물들로 가득한 마을 앞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여행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한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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