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헤선 기자] 국가 생물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 기증이 국내 생물자원 연구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사회 각층에서 기증된 개인 소장 생물표본을 통해 국내 생물 연구를 크게 발전시키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자원관에 따르면, 올 1사분기(1월~3월) 사회 각층에서 총 4건의 개인기증이 국립생물자원관을 통해 이뤄졌다. 개인 기증은 국가 생물자원의 체계적 보전 및 후학연구를 위해 실시됐다. 이는 2011년 동기 단 1건이었던 데 비해 4배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11년에는 학생들이 채집한 표본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에는 국내외에 정리된 것이 거의 없는 1940~60년대 표본을 중심으로 기증됐다. 고 주상우 선생의 표본, 충북대 오병운 교수의 기준표본 및 지역 야생화 관찰동호회 수집표본 등이 포함돼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고 주상우 선생이 기증한 표본은 총 2,500여점으로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의 초기인 1940~50년대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한반도 난온대 상록수를 연구․정리한 것이 주축이다. 고 주상우 선생은 1992년 학생들의 현장교육 및 야외실습을 위해 우리나라 식물 1,648종에 대한 상세한 그림과 설명을 수록한 ‘산과 들의 계절식물’을 출간하는 등 자생식물 분류학의 교육기반 확대 등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번 기증표본 중 대다수는 해방 및 한국전쟁 전후시기의 남부지역 표본으로 한반도 식물표본의 공백기를 메우며 기후변화 관련 및 계통지리학적 연구 등에 아주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해방 및 한국전쟁 전후 시기는 전쟁으로 인해 표본들이 대부분 소실돼 정리돼 있는 거의 없는 상태다.
이에 앞서 1월 기증된 오병운 교수(충북대 교수, 前식물분류학회 회장)의 표본은 식물분류학계의 중진교수 중 한명인 오 교수가 3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새로이 발굴한 신종의 증거표본인 갈퀴현호색, 점현호색, 날개현호색, 섬강개갓냉이를 비롯한 주요 기준표본 총 38점이다. 기준 표준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학계 내 중요도 평가가 달라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제 학계에서의 국내 생물자원 연구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자원관의 입지 재정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기증된 표본을 통해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실체 및 기원을 구명하고, 기후변화 연구에 활용하는 등 국가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관리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것이다”며 “국가 생물자원의 연구 및 보전을 위한 개인기증의 뜻을 더 높이 기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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