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정영희 기자] #드라마 촬영 중 행인 역할을 하다가 갑자기 떨어진 조명에 맞아 눈을 다친 보조출연자 A씨. 영화에서 식당 종업원 역을 맡아 음식을 나르던 중 바닥에 미끄러져 허리를 다친 보조출연자 B씨. 사극에서 군사역을 맡아 적군과 싸우는 씬을 촬영하던 보조출연자 C씨는 상대가 휘두른 소품용 각목에 맞아 이가 깨졌다. 이처럼 보조출연자들이 촬영을 하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산재를 입으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앞으로 방송드라마나 영화에서 행인, 결혼식 하객 등으로 등장하는 보조출연자도 근로자로 인정돼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보조출연자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산재보험 업무를 처리하는 지침을 근로복지공단에 시달해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산재보험 사각지대에서 오랫동안 고통 받던 보조출연자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실태에 따르면, 보조출연자는 연기 내용이나 범위 등 업무내용이 용역 공급업체 및 제작사에 의해 결정된다. 근무 시간 및 장소 등도 사실상 지휘 감독을 받고 있고, 보수도 촬영에 동원된 시간으로 계산해서 받는다. 따라서 이들이 근로계약이 아닌 출연계약이나 도급계약을 맺고 일을 해도 ‘일용근로자’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용역공급 업체가 이들의 사용자 지위에 있는 것으로 명시했다.
이번 지침 시행에 따라, 보조출연자로 활동하는 7만여 명(업계추산)이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무상 재해를 지침 시행일 전에 당했다 해도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3년)가 경과하지 않은 경우에는 산재보상을 해주도록 함으로써 보조출연자를 좀 더 두텁게 보호하기로 했다.
이에 보조출연자를 사용하는 사업주인 용역공급업체 등은 10월부터 보조출연자에 대한 산재보험료(보수총액의 1%)와 고용보험료(보수총액의 0.8% 수준)를 매달 납부해야 한다.
고용부 이채필 장관은 “이번 조치로 산재 위험을 걱정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촬영에 임하는 보조출연자들을 보호하는 길이 열려 든든하다”며 “많은 분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관련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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