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성일 기자] 우리나라의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금연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ITC 프로젝트(the International Tobacco Control Policy Evaluation Project) 한국 조사 결과 우리나라 흡연자들도 강력한 금연정책을 요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22개국 1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 금연정책 평가 프로젝트인 ITC 팀의 국내 책임자인 국립암센터 서홍관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15일 ‘ITC 한국 보고서(ITC Korea National Report)’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ITC 한국 보고서는 가격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나, 한국은 2004년 12월 500원을 인상한 이래로 7년간 담뱃세를 인상하지 않고 있으며 이 결과로 계속 하강하던 흡연율이 2007년 이후 남녀 모두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0년 조사에서 우리나라 흡연자는 담배 소비에 자신의 소득의 3.1%만을 지출하고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전체 흡연자들 중 1/3 (35%)만이 담배에 지출되는 돈이 부담되어 ‘자주’ 또는 ‘매우 자주’ 금연을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연을 결심한 이유도 ‘담배 가격이 부담돼서’라고 대답한 비율이 2005년 38%에서 2010년 27%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현재의 담배가격은 금연을 유도하는데 영향력이 현저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담뱃세 인상을 통한 담배가격 인상이 시급함을 보여주었다.
보고서는 흡연자의 반 이상(55%)이 답뱃갑에 어떤 내용의 광고나 디자인도 들어있지 않은 ‘디자인 없는 담뱃갑’을 지지했다. 특히 흡연자의 88%가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흡연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보다 강력한 금연 정책이 필요한 근거로 2005년에 흡연자의 1/3(35%) 이상이 담뱃값에 쓰여진 경고 문구를 관심 있게 읽어보았는데, 2010년에는 25%로 감소했다는 점을 들었다. 2005년에 흡연자들 중 16%가 이 경고 문구를 보고 최소 한번 이상 담배를 참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2010년에는 최소 한번 이상 담배를 참은 흡연자가 11%로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는 아직 ‘저타르’, ‘순한’ 등 오해의 여지가 있는 문구들이 규제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 결과로 30%의 흡연자들이 ‘light(약한)’ 담배는 흡입하는 타르의 양이 적은 것을 의미한다고 잘못 알고 있었으며, 28%의 흡연자들도 역시 ‘light(약한)’ 담배가 몸에 덜 해롭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의 실내 금연은 아직 포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특히 음식점에서의 흡연이 2010년에는 흡연자의 69%가 음식점에서의 실내 흡연을 목격했다. 흡연자들도 음식점에서의 흡연금지에 대해 2005년 17%가 찬성했으나, 2008년과 2010년에는 30%, 29%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편, ITC 연구는 담배 규제 정책의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는150가지 이상의 방법들을 포함했고 세계인구의 50% 이상, 세계 흡연자의 60% 이상, 세계 담배 사용자의 7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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