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건강칼럼] (사례1) 요즘 진우엄마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전화벨이 울릴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오늘도 선생님으로부터 급식시간 후 교실로 줄을 서서 돌아가라고 했지만 진우는 급식을 재빨리 먹고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다른 반 교실 문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다른 반 아이의 손을 다치게 하고 큰소리로 싸웠다는 전화를 받았다.
(사례2) 성호엄마는 아이의 학교생활이 얼핏 별 일없는 듯 보이지만 알림장이나 준비물, 교과서 등을 살펴보면 속이 상한다. 하교 길 짝에게서 성호가 쉬는 시간에 읽던 만화책에 빠져 수업시간이 시작됐는지도 모르고 교과서도 안가지고 와서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성호는 자기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부주의한 실수로 글자를 빠뜨리고 쓰거나 다 아는 문제인데도 틀려 성호엄마는 매번 너무 속상하다.
이후 진우, 성호는 전문의로부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이하 ADHD)는 아동기에 가장 흔히 나타나는 장애로서 ‘주의산만·과잉행동·충동성’ 3대 핵심증상을 보이며 7세 이전에 발병하고 만성경과를 밟으며 여러 기능영역(가정·학교·사회 등)에 지장을 초래하는 매우 중요한 질병이다.
ADHD아동은 학교생활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쉽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관계를 지속하기가 힘들다. 또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스포츠와 같은 방과 후 활동을 즐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 물론 학업수행에도 많은 어려움을 보인다. 게다가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ADHD와 연관된 여러 문제들이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또 ADHD는 당사자인 아동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고통을 주는 질환이다. 진우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순서나 규칙을 지키기 어려워하며 선생님으로부터는 “버릇이 없다”, “무례하다”등의 말을 듣고 친구들로부터는 ‘흥분을 잘 하고 친구를 잘 놀리고 괴롭히는 아이’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잦은 지적을 받고 꾸중을 듣고도 쉽게 태도를 바꾸지 못하는 이 아이들은 학기 초에 쉽게 발견되기 때문에 병원을 찾게 돼 정확한 원인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산만하고 활동적인 아동들을 단순히 버릇없이 키워져서 자제력이 부족한 아이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밝혀진 유전적으로 혹은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병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성호처럼 과잉행동 문제를 보이지 않아 한눈에 띄지는 않는 조용한 ADHD의 경우 남모르게 엄마의 속을 애태우는 경우가 많다.
주의집중력이 부족해 주어진 과제를 끝마치기 어렵고 약속이나 물건 등을 쉽게 잊어버리는 등의 문제행동을 보이는데 어릴 때는 “아직 어리니까 좀 크면 괜찮겠지··”하며 진단을 계속 미루게 된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충동적으로 부주의하게 과제를 수행하는 특성으로 인해 아이의 지적능력에 비해 오답률이 높아 학업적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보니 점차 학습의욕이 낮아지게 되고 부모자녀간의 갈등도 높아진 상태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미리 예방하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다.
이런 ADHD의 경우에는 조기진단과 더불어 적절한 치료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ADHD의 경우 학교생활에서 부적응양상을 많이 보이기 때문에 잦은 지적과 꾸중으로 자존감이 낮다. 또 부주의와 충동성인 성향으로 인해 사회적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도 부족하고 설사 이를 잘 파악했더라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대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면서 적절한 사회적 기술을 익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개별적인 심리치료와 사회성 그룹치료를 병행해 지도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ADHD아동들의 특성을 고려해 효과적인 사회적 기술, 부정적인 감정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술을 배우고 충분한 연습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좋다. 왜냐하면 머릿속으로 배운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매우 어려운 아동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ADHD아동들의 발달에 따른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단계별프로그램 접근이 필요하고 개별심리치료와 사회성그룹치료간의 팀워크가 높을수록 치료적 예후가 높다.
한편 지적인 능력에 비해 학습적인 의욕이 낮고 학업수행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에는 정확한 분석을 통해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해 접근하는 학습치료가 효과적이다. ADHD는 치료받지 않고 방치될 경우 성장하면서 다른 여러 문제(품행장애·학습부진 등)를 동반하게 되어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좋아지겠지”, “아직 어리니까··”, “얘네 아빠도 어릴 때 이랬는데 커서 괜찮았어”이런 생각으로 방치하지 말고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아이의 생활을 보다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 가길 바란다.
[도움말=키즈엔틴학습발달클리닉 배지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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