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영국과 스페인이 국경통제로 촉발된 지브롤터 문제를 놓고 국제기구에 제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스페인은 밀수를 막는데 검문은 필수라며 지브롤터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50유로의 통행료를 물릴 계획이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지브롤터 문제를 상정하겠다고 주장하는 반면, 영국은 "스페인의 국경통제가 지난 주말까지도 계속돼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전례 없지만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영국 BBC에 따르면, 스페인은 최근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지브롤터로 진입하거나 지브롤터에서 나가는 차량들은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몇 시간 째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풍경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지브롤터의 차량 운전자들은 최근 몇 주 동안 국경에서 무려 7시간까지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분쟁은 지브롤터가 인공어초를 설치한 게 단초가 됐다. 스페인측은 어초가 어장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이 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해 아르헨티나의 지지를 얻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가요 스페인 외무장관도 이와 관련, 영국과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아르헨티나를 다음 달에 방문해 지브롤터 문제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런 기류와 관련 "포클랜드와 지브롤터 분쟁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안임에도 전개 과정에서 유사성이 보인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그는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먼저 EU에 신속한 해결 노력을 촉구할 것"이라며 제재 여부는 EU의 결정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적 대응은 전례가 없어서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가 이 문제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 EU 집행위원회에 협정 위반을 들어 공식 불만을 제기한 다음 별도로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는 연례 군사훈련을 위해 지브롤터 해상에 헬기항모 HMS 일러스트리어스 웨스트민스터를 파견해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HMS 일러스트리어스는 영국이 보유한 유일한 항공모함이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정부는 HMS 일러스트리어스의 스페인 로타 해군기지 정박을 허가한 상태지만 스페인 매체들은은 영국 해군함의 움직임을 두고 영국 정부가 지브롤터 문제와 관련해 스페인을 '협박(intimidation)'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브롤터는 영국이 스페인으로부터 지브롤터를 영구 할양받은 지 올해로 300주년 되는 해이며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에 따라 영국이 스페인으로부터 영구 할양받았다.
할양 300주년인 올해 스페인은 지브롤터 자치정부의 자국어선 통제에 항의해 세관 검색을 강화하고 국경통과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반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브롤터에서는 지난 2002년 스페인 반환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가 시행됐으나 99%가 이에 반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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