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전해원 기자]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바다제비, 슴새, 바다쇠오리 등 바닷새 수만 쌍이 집단 번식하는 다도해해상 국립공원 칠발도(전남 신안군 비금면)에서 바닷새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외래식물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번식지 복원을 위한 밀사초를 이식하는 사업을 벌인다.
칠발도는 목포에서 서쪽으로 47㎞떨어진 무인도(무인 등대)로 면적 36,993㎡, 최고봉 해발 105m, 평균 경사 50°의 가파른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 유인 등대로 이용됐을 때 사람들의 출입과 함께 섬에 없던 쇠무릎과 같은 외래식물이 들어오게 됐다. 외래식물이 점차 번성하면서 번식을 위해 섬을 찾은 바다제비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쇠무릎은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들녘, 길가 둑이나 집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름과의 여러해살이풀. 원줄기 마디가 튀어나온 것이 ‘소의 무릎 뼈’ 같다고 해 쇠무릎이라 한다. 쇠무릎 종자는 갈고리 모양으로 생겼고 9~10월 익는데 바다제비가 쇠무릎 근처에 둥지를 틀고 들락거리다가 쇠무릎 종자가 날개에 엉켜 붙게 되면 날개짓을 못하게 돼 탈진해 죽게 된다.
공단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쇠무릎 종자에 걸려 죽은 바다제비는 매년 약 400여 마리 정도였다. 바다제비는 크기 20cm 정도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일본, 중국에서 6~10월에 번식하고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여름철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안군 칠발도, 구굴도가 대표적인 번식지인데 전세계 개체군의 80% 이상이 이곳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칠발도에서 바다제비 둥지의 69%가 밀사초군락에서 발견됐다. 밀사초 뿌리아래 토양은 부식질이 많아 쉽게 둥지를 만들 수 있고 긴 밀사초 잎이 늘어지면서 비를 막아주고 둥지입구를 가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새, 쑥, 쇠무릎 등 외래도입종 군락지에도 31%가 둥지를 틀었는데 이들 외래종은 밀사초보다 키가 커 햇빛을 가려 밀사초를 고사시키거나 뿌리가 촘촘하게 자라고 있어 둥지를 쉽게 만들기 어려운 지역이다. 특히 쇠무릎 아래 둥지는 열매가 성숙하는 10월이면 바다제비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한편, 칠발도에는 바다제비 1만여 쌍, 바다쇠오리 3천여 쌍 등 바닷새가 집단으로 번식하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섬개개비를 비롯하여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매, 칼새 등이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종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 소장은 “앞으로도 칠발도에서 지속적인 외래식물 제거와 함께 밀사초 군락지를 조성해 바닷새의 안정적인 번식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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