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중동 4개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두 번째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살만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약 20억달러 규모의 한국형 스마트 원전을 건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 (MOU)를 체결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의 전방위적 파트너십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 14개의 MOU도 체결했다. 우선 사우디 내 SMART 원전 2기 이상 시범 건설 및 양국 공동으로 제3국 수출을 추진하기로 한 'SMART 공동파트너쉽 및 인력양성 MOU'가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사우디가 우리의 중소형 원자로인 스마트를 협력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기술적으로나 효용성 측면에서 '스마트한 선택'이었다"며 "세계 최초 중소형 원자로의 상용화를 양국이 함께 추진하게 된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MOU에 따라 먼저 스마트 원자로를 사우디 내에 건설하고 이후 제3국 공동진출도 추진하면 함께 세계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MOU는 양국간 공동 투자를 통한 예비검토사업을 거쳐 사우디에 2기 이상의 스마트원전을 시범 건설하고 양국 공동으로 제3국 수출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마트 원자로는 발전용량이 대형원전의 10분의 1 가량인 10만㎾의 중소형 원전이다. 그러나 전기생산, 해수담수화 등 다목적으로 활용가능하고 냉각수 대신 공기로 원자로 냉각이 가능해 내륙지역에도 건설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사우디는 2040년까지 총 18GW(기가와트) 규모에 달하는 12~18기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년에 최초 원전 발주가 가능한데 여기에 우리의 스마트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획이다.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 미래창조과학부와 사우디 과학기술처 간에 창조경제의 공동구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창조경제 MOU'도 체결됐다. MOU는 ▲창조경제와 지식기반 사회를 위한 전력 및 정책 공유 ▲창조경제 혁신센터 및 혁신적 창업 활성화 ▲공동연구 및 기관간 협력 등 창조경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 협력을 약속하고 있다.
정부 간 MOU와는 별도로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SK텔레콤은 사우디 국영통신사인 사우디텔레콤(STC)과 창조경제혁신센터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우리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벤치마킹한 STC의 '이노베이션센터' 구축을 SKT가 지원하고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스마트러닝,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분야에서 두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간 MOU를 기초로 민간기업 간 MOU까지 체결되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을 해외로 수출하는 최초의 사례가 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양국이 혁신 중심의 경제를 공통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만큼 양국간 경제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에 체결되는 창조경제 협력 MOU 역시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또 양국 관계를 동반자라는 뜻의 아랍어인'라피끄'로 표현하자 살만 국왕은 "사우디는 사막이고, 유목국가였기 때문에 긴 시간 사막을 여행하려면 친구가 되지 않으면 같이 갈 수 없다. 호혜적 이익을 향유하는 동반자가 되자"며 "한국 회사가 사우디에 진출해있는 동안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등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사우디 국영석유공사인 아람코(Aramco)의 우리나라 에스오일(S-oil)에 대한 울산공장 증설 투자는 양국 간의 성공사례"라고 평가하면서 현재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일부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공기지연, 공사비 증가 문제 등의 어려움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살만 국왕은 "사우디는 타국에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면서 "상호 이익이 되는 일은 지원할 것이며 양국 관계가 저해되지 않도록 한국 회사가 사우디 내에 진출하는 동안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등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이날 경제분야에서의 협력뿐 아니라 한반도 및 중동 지역 문제를 비롯해 주요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필요성에도 공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다음달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7차 세계물포럼'에 사우디의 참여와 협력을 요청했다. 살만 국왕은 "사우디도 물 문제에 관심이 크므로 세계물포럼에 적극 참여해 지원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한국에는 인증된 '할랄(halal·이슬람 교도에 허용된 제품) 식품'도 많이 있으므로 편리한 시기에 방문해 달라"며 살만 국왕의 방한을 초청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차기 왕위 계승자인 무크린 왕세제, 차차기 왕위 계승자인 무함마드 제2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연쇄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경제기획, 상공, 노동, 국무부 장관 등 왕실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무크린 왕세제는 "이렇게 직접 만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양국관계는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아주 많다"면서 "우리는 사우디 국가건설과 개발 과정에 한국의 노력을 잘 알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델 파케이 노동장관은 "한국의 직업훈련연구원을 유치해 근로자, 젊은 층에게 좋은 교육훈련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다"며 민간차원의 사내직업훈련 프로그램, 국민 적성평가 및 자질검사 관련 기술의 전수를 요청했다.
알 라비아 상공부 장관은 "한국기업이 사우디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정도로 도와줄테니 활발한 투자를 해달라"고 희망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양국투자 리스트를 교환하고 공동진출할 수 있는 지역과 분야의 리스트도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한 "스마트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타국수출과 기술개발도 가능하고, 태양광 분야도 긴밀히 협력하자"고 언급했다.
그러자 무크린 왕세제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가능한 한 빨리'(ASAP)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자는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잡도록 하자"며 양국 협의사항 이행을 위한 전문가 상호교환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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