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명선 기자] 인체치수와 형상을 측정해 제품설계에 활용될 수 있도록 산업계를 지원해 오던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사업(Size Korea)’이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 범죄수사에 법보행이 활용됨에 따라 연령대별로 보폭길이, 관절의 각도, 발의 압력 등을 입체형상으로 측정하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법보행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함에 따라 CCTV 등의 녹화영상으로 개인식별이 곤란한 경우 사람의 걸음걸이에 관한 동적 움직임을 분석해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는 과학적 수사기법을 말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협력해 보행자 유형에 대한 다각적인 측정을 실시하고 범죄 수사를 위해 동일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측정 지원할 예정이다.
국표원은 국립재활원과 공동으로 장애인, 고령자의 동작범위를 분석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품개발, 생활공간 설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동기기, 자세보조기구, 재활기구, 보조로봇 등의 제품과 생활공간 설계에 필요한 인체정보가 담겨 있는 지침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7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에서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79년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 체형이 상당부분 서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세∼69세 전 연령대에서 평균키가 커졌다. 특히 30∼34세에서 남자는 7.6cm 커진 173.7cm, 여자는 6.5cm 커진 160.2cm로 신장 변화가 가장 뚜렷했다. 또한 30대 이후 성인 남자의 절반정도가 비만으로 나타났고 여성은 35세 이후에 30% 이상이 비만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구화된 식생활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
국표원은 서구화된 청소년의 신체조건과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학생들의 활동반경을 고려해 ‘가변형 책걸상’ 제작을 위한 표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모자, 헬멧, 마스크, 헤드셋 등 머리영역 제품 설계를 위한 맞춤형 지침도 개발할 예정이다.
기표원 측은 “보행자의 걸음걸이 유형을 입체형상으로 측정해 범죄수사를 지원하고 고령자와 장애인의 신체동작범위를 분석해 사회적 약자의 생활환경 개선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