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유도 중량급에서 왕기춘, 김재범에 밀려 '만년 2인자'로 아쉬움을 남겨야했던 이승수가 마침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81kg급 출전권을 확정했다.
리우 출전권은 오는 30일 마감하는국제유도연맹 (IJF) 올림픽 랭킹을 통해 결정되지만 이승수는 16일 현재 출전자격을 확보, 리우행 티켓을 품에 안았다.
이승수는 지난 11일 열린 전국체급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81㎏급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81㎏급에는 이승수와 왕기춘(양주시청)이 나란히 올림픽 출전자격을 충족했고 대회유도회는 이번 체급별선수권대회 성적으로 올림픽대회에 나설 주인공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1, 2차 대표선수 평가전까지 왕기춘에게 총점에서 앞섰던 이승수는 결국 금메달을 따내고 리우행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이승수의 낮은 올림픽 랭킹이 막판 발목을 잡았다. 올림픽 무대에는 '올림픽 랭킹 22위'(국가별 중복 및 개최국 출전권 제외)까지 나서지만 이승수 랭킹은 20위였다. 이에 이승수가 출전하지 않은 2016 알마티 그랑프리(13~15일) 결과에 따라 다른 나라 선수가 치고 올라와 이승수의 랭킹이 하락할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자칫 랭킹이 떨어지면 출전권 자체를 잃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대회가 끝난 뒤 이승수는 출전자격을 유지했고,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중학교 1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이승수는 재능이 있었지만 '만년 2인자' 자리를 털어내지 못했다. 73㎏급에서 뛸 당시에는 왕기춘이 있었고, 81㎏급으로 체급을 올리고 나서는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김재범이 버티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승수에게는 그동안 올림픽을 준비하는 왕기춘과 김재범의 '훈련 파트너' 역할만 주어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김재범이 금메달을 목에 걸 때도 이승수는 런던으로 날아가 김재범의 훈련 파트너 역할에 충실했다.
마침내 2016년 리우 올림픽이 다가왔고, 이승수는 지난해 세계문경군인체육대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국내 대표팀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상승세를 걸었다.
생애 처음이자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앞둔 이승수는 81㎏급에서 다시 만난 왕기춘과 '리우행 티켓'을 놓고 경쟁했고 결국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훈련 파트너에서 메달 도전자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지난 15일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이승수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10년 넘게 뒷바라지에 고생하신 부모님께 반드시 메달로 보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비록 랭킹이 낮아서 올림픽에 나서면 초반부터 힘든 대진이 예상되지만 남은 기간에 준비를 잘하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훈련 파트너에서 메달 도전자로 바뀐 소감에 대해선 "감회가 남다르다. 내가 훈련 파트너 역할을 해봐서 그 심정을 잘안다"며 "훈련 파트너는 단순히 남을 도와주는 역할이 아니다. 희생이 따라야 한다. 누가 나의 훈련 파트너가 될지 모르겠지만 서로 호흡을 잘 맞춰 메달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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