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5년여 극심한 진통 끝에 결국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후폭풍에 맞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민주평통 해외위원들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해 신공항 입지 발표와 관련 "앞으로 정부는 김해 신공항 건설이 국민들의 축하 속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 갈등을 의식한 듯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신공항 건설을 갈망해 왔는데 작년 1월에 신공항과 관련된 지자체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외국의 최고 전문기관을 선정해 용역을 의뢰해 그 결과에 따르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의뢰를 받은 외국의 전문기관은 모든 것을 검토한 결과 김해공항을 신공항급으로 확장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정부도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제안은 경제적으로도 많은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김해공항을 확장할 시에 기존에 우려됐던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문제가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수요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에 고려되지 않았던 V자형의 신형 활주로와 대형 터미널 건설을 통해서 처리 능력을 대폭 확대하면서 안전문제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김해공항은 신공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국민적 이해와 단합을 호소하는 한편, 신공항 입지선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제시한 점을 염두에 두면서 '공약 이행'의 메시지를 에둘러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첨예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의 합의와 전문기관의 의견 존중, 정부의 지원이 잘 조화된다면 어떤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오직 국익과 미래를 최우선으로 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모든 것을 결정하고, 국민들이 거기에 힘을 모아준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반드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롭고 번영된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어 "앞으로 분단을 넘는 창조적 변화를 이뤄내고 자유와 행복이 넘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하는 통일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국론결집과 국민통합의 선두에 서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3월 백지화됐다가 이듬해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모두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추진됐다.
지난 2012년 11월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최고 전문가들이 객관적 평가를 내리도록 할 것"이라며 "부산 가덕도가 최고의 입지가 된다면 당연히 가덕도가 될 것이다. 부산 시민께서 바라는 신공항, 제가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영남지역과 야권에서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박 대통령은 이날 안보·통일 행사를 빌어 '공약 이행'을 강조하고 국민적 단합을 호소하는 대(對) 국민설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당․정․청도 김해공항 확장 결론에 따른 영남권 신공항 공약 파기 논란이 일자 일제히 '김해 신공항' 논리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파기 논란에 대해 "공약을 파기한 것이 아니다"며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신공항 공약 당시 특정지역에 신공항을 두겠다고 하지 않았고, 원칙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최고 전문가들이 객관적 평가를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며 "공약 파기가 아니라 오히려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도 이날 신공항 후속조치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번에 결정된 '김해 신공항'은 기존 김해공항을 단순히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장래 늘어날 영남권 항공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영남권의 거점 신공항을 만들어 나가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정부의 결정은 어려운 결정이지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며 "저는 김해공항 확장이라기 보다 '김해 신공항'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당정청이 대응 논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고 박 대통령도 정면돌파 의지를 확고히 한 만큼 신공항 결정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나 유감 표명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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